[ 김정훈 기자 ]
“카니발보다 크기는 작지만 실내 개방감은 뛰어나네.”
프랑스 시트로엥의 7인승 다목적차량(MPV) ‘그랜드 C4 피카소’(사진)를 시승한 느낌은 이랬다. 3열 시트가 들어간 넉넉한 실내 공간에 유럽 브랜드임을 감안하면 대략 5000만원은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운전해 본 디젤 1.6 모델은 4087만~4130만원(개별소비세 감면 기준)이었다. 2박3일간 체험하는 동안 차급 대비 ‘실용적인 차’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피카소는 올 들어 타 본 여러 차들 가운데 시야각이 가장 넓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전방 유리 면적이 넓고 대시보드 공간이 깊게 설계돼 전방 시야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왔다. 3열까지 하늘을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갖춰 개방감이 뛰어났다. 실내는 대시보드 중앙에 7인치 스크린과 상단에 12인치 스크린 두 개가 설치돼 운행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외관은 볼륨감을 강조한 유선형 디자인이 시선을 끌었다. 헤드램프 상단에서 길게 이어지는 발광다이오드(LED) 주간등은 그릴까지 뻗어 개성을 뽐냈다.
차는 MPV 성격에 맞게 경쾌한 주행보단 공간 활용이 좋은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고 출력 120마력, 최대 토크 30.61㎏·m인 배기량 1560㏄ 디젤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을 이뤘다. 변속기가 별도로 탑재돼 있지 않아 기어 변속은 스티어링 휠에서 바로 조작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를 사용해야 했다. 복합 연비는 14.2㎞/L다. 서울 도심 약 140㎞를 달리는 동안 계기판 실주행 연비는 L당 13㎞ 이상 나왔다.
운전자 안전기능은 많았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 이탈 방지, 운전자 주의 알람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앞서가는 차량에 바짝 다가서니 운전석 전방 유리에 적색등이 깜빡이며 경고음을 보냈다. 차선을 살짝 이탈했더니 스티어링 휠에 진동이 감지돼 주의를 환기시켰다.
시트로엥은 푸조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가족 단위로 함께 타기 좋은 패밀리 밴을 지향한다. 유럽 감성이 강한 디자인은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이 좋아할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탑승 인원에 따라 2열 5인승 모델은 C4 피카소, 3열 7인승 모델은 앞에 그랜드가 붙었다. 2열, 3열 좌석은 접을 수 있어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기 좋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빼고 시트를 모두 접으면 적재 공간은 최대 1843L까지 늘어나 조립식 이케아 가구, 접이식 자전거를 넣기 편리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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