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北 IMF 가입, 우리 경제 도약 계기될 수도

입력 2018-09-28 18:44  

"北 경제투명성 담보해 투자 활성화
한국의 지원 부담도 덜 수 있을 것"

이희수 < EY한영회계법인 부회장, 前 IMF 상임이사 >



최근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미·북 대화채널 가동 재개를 계기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개발 지원도 논의 중인데 재원조달 방안의 하나로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외교협회 연설에서 “북한도 국제금융기구 가입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한 자체 재원조달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부로부터 자금수혈이 불가피한데 북한의 경제상황, 개발프로그램 유무, 채무 상환능력, 투자금 회수보장 등이 베일에 가려 있어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이 IMF에 가입하면 각종 경제통계 공개, 정책협의 결과 공표 등을 통해 투자자 의구심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같은 지역은행의 경우 IMF가 인증한 경제개발 프로그램이 있어야 본격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민간자본의 유치를 위해서도 북한 경제의 투명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이해당사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펀드를 통한 지원도 경제투명성이 담보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IMF 가입은 해당 국가의 공식 가입요청, 현장실사단 파견, 가입심사소위원회 심의, 이사회 의결, 총회 비준 등 다섯 단계를 거치는 데 통상 1~2년이 걸린다. 가입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는 가입 희망국의 IMF 의무사항 준수의지와 표결에서 사실상 거부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지지여부다.

IMF 회원국이 되면 여러 의무사항이 발생한다. 가입국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쿼터량을 배정받고 이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수시로 IMF가 요청하는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매년 IMF와 정책협의를 할 의무가 발생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시장 개방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권고받을 수 있다.

가입심사소위 논의는 가입여부를 결정하는 핵심과정이다. 통상 7명 내외의 정규이사로 구성되며 미국 이사 및 가입희망국 대변이사(가입희망국이 지정)가 필수적으로 참여한다. 소위는 가입허용의 적절성, 가입 시 배정할 쿼터량 등을 검토해 이사회에 보고한다.

북한의 IMF 가입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가입의지와 미국의 협조에 달려 있으며 실행 과정에서 한국 등 주변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6년에 IMF 문을 두드렸는데 현장실사단에 대한 통계 제공 및 정책협의가 부족했고, 미국도 소극적이어서 가입이 불발한 경험이 있다.

북한의 IMF 가입 여건은 성숙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비핵화 및 경제개발 의지를 확실하게 보이기만 하면 미국의 지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북 신뢰기반이 구축돼, IMF 이사국인 한국이 2년 임기 주기로 북한 가입대변국가로 활동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 지지층을 구성한다면 향후 한민족의 국제금융계 위상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IMF 가입은 우리에게도 많은 의미가 있다. IMF 가입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국제기구 지원 및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면 직접 이해당사국인 한국의 미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간접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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