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한림원, '미투 사태' 추가 조치 없으면 노벨문학상 선정권 박탈 가능"

입력 2018-09-29 21:29   수정 2018-10-28 03:25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벨재단의 라르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스웨덴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권한을 완전히 박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투 파문'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등 잡음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이 인터뷰를 통해 성추문을 바로잡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한림원에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일이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돼서 한림원이 정당성을 다시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조치들 가운데 하나는 다른 기관에 노벨문학상 선정을 책임지도록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한림원은 지난 1901년부터 노벨문학상을 선정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종신 위원 18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자 '19번째 종신위원'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해온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에게서 과거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18명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한림원이 아르노 파문에 대처하는 방안을 놓고 위원들 간에 의견이 맞서 6명의 위원이 사퇴 또는 활동을 중지하는 등 내홍을 겪으며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급기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아르노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스톡홀름지방법원은 이달 초 한 여성에 대한 두 건의 성폭행 혐의와 관련한 재판에서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아르노를 구금하도록 결정했다. 이 결정은 재판부가 두 건의 성폭행 혐의 가운데 적어도 한 건에 대해선 유죄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과 노벨재단은 앞서 한림원에 새로운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림원 측은 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한림원의 위원들이 이번 스캔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연기된 데 이어 내년에도 수상자를 선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림원이 내년에는 수상자를 결정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모든 일이 조만간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처리되지 않으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매우 불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작가와 배우, 언론인, 문화계 인사들은 '뉴 아카데미'를 만들어 기존의 노벨문학상을 대신할 '새로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기로 하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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