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등에선 도시화·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등으로 계속 성장
[ 김보라 기자 ] 가정간편식(HMR)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먼저 발달했다. 도시화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HMR 시장 규모는 1573억달러(2016년 기준)다. 2021년에는 1891억달러로 5년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노인·편의점이 키우는 일본의 중식(中食)
일본에서 HMR은 중식(中食·나카쇼쿠)이라고 불린다. 집에서 먹는 밥과 밖에서 먹는 밥의 중간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HMR 시장은 229억달러(약 24조5373억원) 규모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인구가 줄고 있지만 HMR 시장 전망은 밝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체 HMR의 판매량이 줄더라도 제품 한 개당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왕국’ 일본에서 HMR은 대부분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팔린다. 두 채널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전체 HMR 판매량의 약 80%에 달한다. 편의점은 원래 도시 직장인과 대학생 등을 위한 점포였으나 최근에는 중·장년층과 노인층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HMR의 주요 유통 경로가 됐다. 실버 세대가 대형 마트에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가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편의점이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MR 중에서 성장이 빠른 제품군은 수프다. 씹지 않고 소화가 잘되는 데다 영양소도 갖추고 있어서다. 한 컵 용량의 수프에 아보카도 1개 분량의 비타민E를 담은 수프, 분말 스틱과 캔 수프 등 1인 가구와 실버 세대에 맞춘 혁신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의 수프 시장은 지난해 2조원대에서 올해 3조원대로 커졌다. 씹기 편하고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든 ‘고령친화식품시장’도 일본 HMR의 한 축이다.
편의점업계는 일본 간편식 시장을 성숙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경쟁이 치열한 일본 편의점 브랜드들이 직접 제작한 ‘PB(Private Brand) 제품’이 간편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성장하는 중국, 건강 중심의 미국
중국은 그동안 HMR의 불모지였다. 냉장 유통 시설이 낙후됐고, 외식 문화가 발달해 대부분 밖에서 사먹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 도시화가 진행되고 유통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HMR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2012년 4조5000억원대에서 2016년 6조4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인구 대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중국 가정간편식 시장의 특징은 서양식의 약진, 온라인 구매 등으로 요약된다. 인터넷 보급이 빠르게 늘고, 모바일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에서 HMR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한국의 냉동식품과 샌드위치, 스시 등도 잘 팔리는 제품군이다.
HMR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샌드위치, 샐러드 등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미 조리가 다 된 ‘즉석조리식품(ready-meal)’ 비중이 가장 컸지만 최근에는 요리 재료가 손질돼 들어 있는 반조리 식품인 ‘밀키트’가 유행하고 있다. 블루에이프런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대형 할인점과 슈퍼마켓에서 다른 제품을 쇼핑하면서 동시에 HMR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HMR 제조사별로는 네슬레가 1위, 크래프트하인즈가 2위, 콘아그라푸즈가 3위다.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HMR 제품 1위는 이탈리안 메뉴다. 피자, 파스타, 라자냐 등이 대중적인 메뉴로 자리잡았다. 2위는 멕시코 음식으로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등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등으로 대표되던 미국의 식문화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대생)가 등장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세대는 비만을 경계하며 자란 세대다. 대부분 건강하고 신선한 식품을 선호한다. 이에 맞춰 HMR 제조사들도 좀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한 신선식품 HMR을 대거 내놓고 있다. 죽처럼 마시는 식사대용식, 아침 식사용 그래놀라도 주목받는 제품이다.
● NIE 포인트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가정간편식(HMR)이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를 정리해보자. 우리나라보다 먼저 개발된 일본의 HMR 현황에 비춰 인구구조, 사회변화 등을 바탕으로 한국 HMR 시장의 미래를 토론해보자.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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