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들이 바라보는 '서울 집값 고공행진'

입력 2018-10-01 14:34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21일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 출범 이후 9번째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집값 상승세는 서울, 그 중에서도 아파트 쪽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이를 반영하듯, 20-30대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약 6억 6천만 원)의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서울의 집값이 더 비싸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외신 기자들과 함께 국내외의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보는 아리랑TV의 신개념 뉴스 토론 <포린 코레스폰던츠(Foreign Correspondents)>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의 집값과 관련하여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외신기자들도 서울의 집값 문제를 실감하고 있을까?

◆ 일본 사카베 테츠오 "집값 높은 이유 '전세 제도' 탓"

일본 NNA의 사카베 테츠오(Sakabe Tetsuo) 기자는 한국인의 평균 소득에 비해 집값이 높은 수준인지 묻는 질문에 "매우 높은 수준이며, (그 이유는) ‘전세’라는 한국의 독특한 부동산 제도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전세 제도는) 매달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에 높은 보증금을 내야 한다. 결국 전세금을 마련하려면 은행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래 전에 10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 독일 안톤 숄츠 "갈수록 빈부격차 심해질 것"

독일 공영방송 ARD의 안톤 숄츠(Anton Scholz) 기자는 계속되는 서울의 집값 상승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부유층이 점점 더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게 되고 서민층의 자산이 줄어들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미 한국의 청년층은 (이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고 절망에 빠질 위험에 놓여있다. 20~30년 전에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 만하면 언젠가 내 집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살았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평생 일을 해도 집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스페인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 "다주택자, 부동산 정책 바뀐다고 집 팔지 않아"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에서는 신도시 개발, 상업지역 주거비율과 용적률 상향 조정 등 다각도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종부세’, 즉 종합부동산세 개편이다. 부동산 보유 정도에 따라 조세 부담 비율을 달리하여 납세의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3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투기 세력에 과세를 강화해 집값과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혔다.

이에 대해 스페인 EFE의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Andres Sanchez Braun) 기자는 "부동산 자산의 총 가치와 양도소득에 따라 비례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부동산 버블을 방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부의 조치 하나 때문에 당장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것으로 생각되지 않고, 서울지역의 쏠림 현상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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