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원들이 신청
산자위, 포스코 회장 증인 채택
과방위·농해수위 기업인 채택도
민주당보다 한국당이 앞장
박종필 정치부 기자
[ 박종필 기자 ] ‘정무위원회 39명,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10명,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5명,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5명….’
오는 10일부터 시행되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기업인 숫자다. 3일까지 확정된 숫자일 뿐 추가로 더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이 국감 고질병으로 꼽히는 ‘기업인 증인 불러세우기’를 올해부터는 최소화하겠다며 국감 증인실명제까지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확정된 기업인 증인 수는 50명을 넘어섰다.
놀라운 것은 정부를 비판하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인의 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야당 의원들이 앞다퉈 기업인 증인 소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해 생산과 고용을 늘리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당 소속 의원들이 ‘기업인 소환하기’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이다.
지난 2일 산자중기위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전격 의결했다. 한국당 소속인 김규환·이철규 의원이 이를 주도했다. 포스코에너지가 40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은 연료전지사업 프로젝트를 성의 없이 수행해 국고 손실을 유발했고, 포스코 자회사가 강원 삼척에 건설 예정인 ‘포스코파워’ 발전소 인허가 과정에서의 위법·특혜 의혹을 살펴보겠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강원 동해·삼척이다. 포스코 측은 “계열사 차원의 일인 만큼 최 회장이 해당 사업을 직접 알지 못할 것”이라며 증인 소환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농해수위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전자, 롯데 등 5대 대기업 대표·임원이 모조리 소환됐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피해를 본 농어민 지원을 위해 조성하기로 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한 대기업 출연 실적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징벌적 소환’의 성격이 짙은 이 같은 증인 요구는 김정재 한국당,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도했다.
과방위에서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와 삼성전자·LG전자 대표들의 줄소환이 예고돼 있다. 당초 실무자급 임원을 소환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지만 “기업 대표 봐주기식으로 국민에게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에 갑자기 대표급으로 ‘격상’됐다. 한국당의 때아닌 반(反)기업 정서는 소속 의원들에 의한 ‘당론의 엇박자’인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환경 개선과 기업 기살리기를 주창해 온 우리 당에서 일부 의원들로 인해 이 같은 무더기 증인 채택이 이뤄지고 있다”며 “반드시 공론화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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