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 성을 가진 사람이 임금이 된다(주초위왕·走肖爲王).’ 조선 중기 중종반정 이후 개혁정치를 펼치던 조광조를 죽음으로 내몬 대표적인 혹세무민의 ‘가짜뉴스’였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가짜뉴스는 더욱 다양한 경로로 범람하고 있으며 그 폐해가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조작하는 행위는 개인과 사회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끊임없이 생산·유포되는 가짜뉴스는 진실을 덮고 사실을 왜곡한다. 가짜뉴스는 평범한 시민이나 전직 고위 관료 등 개인이 생산하기도 하지만 일부 종교단체의 경우처럼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방식으로도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뉴스가 많이 올라와 있는 대표적 매체인 유튜브는 동영상이 주는 생동감 때문에 이를 즐겨 보는 계층의 주된 정보 취득원이 되고 있다. 카톡방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톡방에서 가짜뉴스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고급 정보’를 자신들만 아는 것으로 자부심을 느끼면서 자신의 믿음을 강화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른 뉴스매체는 거의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이들 매체가 진짜 언론매체라고 강변한다. 가짜뉴스 신봉자들에게서 보이는 이런 ‘확증편집’ 현상의 과정은 대부분 동일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가짜뉴스가 다루는 내용은 주로 남북한 관계나 종교, 인종, 성별, 외국인 등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혐오적 표현을 담고 있다. 자신이 싫어하는 계층이나 개인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사회공동체를 파괴하고 증오를 확산시킨다. 가짜뉴스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를 경우 처벌하는 입법례가 많다. 독일 형법은 사람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최고 5년까지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플랫폼 운영자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가짜뉴스나 테러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방치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소셜미디어 기업에 최고 5000만유로(약 60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들어 가짜뉴스에 대한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핵심 요건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나 사회, 국가 관련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시켜 타인을 혐오하며 증오하는 것까지 포용하지는 않는다. 범람하는 가짜뉴스로 인해 더 이상 개인이나 사회가 상처받지 않도록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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