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들여 공인인증서 대체한다더니…소비자 외면받는 뱅크사인

입력 2018-10-03 18:10   수정 2018-10-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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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달간 5만여건 발급 그쳐
모바일뱅킹 이용자 0.05%만 사용

PC버전 없어 모바일에서만 가능
보험·증권거래땐 공인인증서 필요
은행도 뱅크사인 활용에 소극적



[ 김순신 기자 ] 은행권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겠다며 선보인 공동 인증서비스 ‘뱅크사인(BankSign)’이 출시 한 달 만에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보안성을 높였다곤 하지만 적용 범위가 제한적인 데다 이용자들이 기존 공인인증서보다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뱅크사인은 지난 8월27일 출시된 뒤 5만여 건이 발급됐다. 국내 모바일 뱅킹 사용자(9089만 명, 2017년 말 기준, 복수 은행 이용자 중복 합산) 가운데 0.05%만 뱅크사인을 선택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0만원 이하를 송금할 때 뱅크사인을 이용하면 보안카드나 OTP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서비스를 내놓은 SC제일은행 고객들의 발급건수가 전체 절반인 2만5000건”이라며 “모바일 뱅킹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훌쩍 넘는 시중은행들의 뱅크사인 이용자 수는 은행별로 2000~5000명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수십억원을 투자해 삼성SDS가 개발한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거래의 보안성과 편의성을 높인 인증 서비스다. 한 번 발급하면 3년 동안 갱신할 필요가 없고, 15개 은행에서 타행 인증서 등록 없이 쓸 수 있다. 비밀번호를 6자리 숫자로만 설정할 수 있어 영문, 숫자, 기호를 조합한 10자리의 비밀번호를 지정해야 하는 공인인증서보다 편리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소비자들이 뱅크사인과 기존 공인인증서 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이 자사 모바일뱅킹 앱(응용프로그램)에 비밀번호, 지문, 패턴 등 간편 로그인 방식을 탑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굳이 뱅크사인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며 “보험사나 증권사에서 금융거래를 하려면 결국 공인인증서가 필요해 소비자들이 뱅크사인을 쓸 유인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PC 버전이 없어 아직 모바일에서만 쓸 수 있는 것도 뱅크사인의 약점”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뱅크사인 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이용률이 낮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국민은행은 간편금융 앱인 ‘스타뱅킹 미니’, 농협은행은 ‘스마트뱅킹’ 앱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우리은행의 경우 ‘위비뱅크’ 앱에선 뱅크사인을 이용할 수 없다. 은행 관계자는 “뱅크사인과 은행 전상망 간 연결이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워 은행들이 일부 앱에 한정해 테스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기존의 공인인증서를 전면적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뱅크사인 이용자는 “공인인증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서비스를 원했던 소비자가 볼 땐 이름만 다른 새 인증서가 하나 더 나타난 셈”이라며 “별다른 장점을 찾기 어려워 뱅크사인 앱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뱅크사인으로 로그인하면 수수료를 우대해주는 등 소비자들이 기존 인증서와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이용자가 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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