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훈 기자 ] 두 여인이 온몸에 푸른 칠을 했다. 한 여인은 무표정하게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있고, 다른 여인은 머릿수건을 쓰고 있어 얼굴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에티오피아 사진가 에이다 물루네가 인물들을 채색한 뒤 연출해 찍은 사진인데, 아프리카 여인의 고단한 삶을 나타낸 작품이다. 살색을 파랗게 바꾼 것은 현실에서 벗어나 좀 더 멋진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여인들의 소망을, 얼굴을 가린 것은 자신의 꿈을 묻은 채 살아가는 여인들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파랑, 빨강, 하양, 노랑 등 에티오피아의 전통적 원색을 극대화해 아프리카의 원초성 또한 담아냈다.
에티오피아 태생인 물루네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워싱턴포스트지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예술사진으로 방향을 전환한 물루네는 에티오피아로 돌아와 인생, 역사, 사랑 등 예술가로서 살며 느끼는 고민과 갈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작품.16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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