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차단…6개월 이상 체류 땐 의무가입

입력 2018-10-04 08:01   수정 2018-10-04 10:09


외국인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가입한 후 고가의 진료를 받고 빠져나가 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건복지부가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격 관리체계 개선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8월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입법예고 중이다.

진료 목적으로 국내 입국 후 건강보험에 가입해 적은 보험료만 내고 고가의 보험혜택을 누리는 외국인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풀기 위함이다.

복지부는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뒤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공포후 시행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모든 절차를 마치면 이르면 12월 초, 늦어도 12월 말에는 개정안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현재 국내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 및 재외국민(직장가입자 및 직장 피부양자 제외)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6개월 이상 체류하면 지역가입자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간 외국인은 국내에 소득·재산이 없거나 파악하기 어려워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문제도 개선된다.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에 대해서는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내게 하기로 했다. 또 방문 동거(F-1), 거주(F-2) 체류자격이 있어도 다른 외국인과 동일하게 평균 건강보험료 이상을 부담하도록 했다.

다만 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영주권자, 결혼이민자의 경우 현재와 같이 보유한 소득·재산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한다.

외국에서 발행된 가족관계 관련 서류는 해당 국가 외교부 확인증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하기로 했다.

외국인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했을 때 효과적인 징수 수단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앞으로는 체류 기간 연장 허가, 재입국 등 각종 심사 때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2013년 16만2265명에서 올해 6월 현재 29만876명으로 급증해 3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재외국민 지역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액은 2013년 987억원에서 지난해 2051억원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이를테면 한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5년간 3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6억원의 급여혜택을 받았다. 또 다른 가입자는 보험료 30만원을 내고 800배가 넘는 2억5000만원의 보험혜택을 받기도 했다.

단발성 가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결핵 진료 환자 중에서 한 환자는 보험료 40만원을 내고 9000만원의 급여비를 받았다. 또 다른 결핵 진료 환자는 3000원도 안되는 2990원의 보험료를 지불하고 무려 1만5000배가량인 4500만원이 넘는 건보혜택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외국인 먹튀진료를 원천 차단하도록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 등에 대해 지역가입자 당연 가입을 적용하는 내용으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외국인 등이 보험료를 체납할 경우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행법은 직장가입자가 아닌 외국인의 경우는 3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다면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의 규정일 뿐이다. 그래서 외국인 등은 건강보험 가입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고액의 치료가 필요할 때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료 부담과 급여혜택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가입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에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낳았다.

게다가 외국인은 고액의 치료를 받고 보험료를 미납하더라고 소득이나 재산 등을 파악하기 어려워 체납보험료 부과 및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치료 목적으로 입국, 고가 치료를 받고 건강보험료를 미납한 뒤 출국하는 일이 벌어진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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