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이달 중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설 예정입니다. 미국과의 통상전쟁 격화로 실물경기가 둔화하고 경제성장률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악조건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채권 발행이 해외 투자자들이 향후 중국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이달 30억달러(약 3조3780억원)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채권의 만기는 각각 5년과 10년, 30년이 될 것이라고 전했지요. 중국 정부는 이미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 도이치은행,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국내외 10여개 투자은행(IB)을 접촉하며 채권 매각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번 채권 발행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이뤄지는 것인데, 발행 시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하이증시가 올해 고점 대비 20%가량 급락하고 위안화 가치도 9%정도 하락한 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이지요. 실물경기의 하강 기류도 채권 발행에 비우호적인 여건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일단 중국의 신용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데다 미·중 통상전쟁에도 중국이 대규모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채권 발행 금리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만기가 5년과 10년인 20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는데 당시 금리는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과 거의 같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미국에 비해 3~4단계 아래지만 수요가 몰리며 응찰 규모는 모집액을 넘어섰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1년 전에 비해 발행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는 자금 조달을 위한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지요. 싱가포르에 있는 실버데일펀드의 산제이 구글라니 최고투자책임자는 “장기 금리가 여전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중국 정부는 자금 확보를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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