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6년 만의 복귀작.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었다. 여기에 정치권 개입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화 원년'으로 선포한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베일을 벗은 '뷰티풀 데이즈'는 이나영이 연기하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오프닝부터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서 화려한 화장을 하고, 담배를 태우는 이나영으로 시작해 104분 러닝타임을 이끈다. 이나영은 홀로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소화하며 한 여성의 일대기를 그렸다.
14년 전 버리듯 떠나온 아들이 찾아오면서 "이렇게 살려고 우릴 떠났냐"는 그에게 어떻게 살았는지 그동안 써온 일기장을 통해 나름의 사연이 있었음을 알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족도 없이 홀로 탈북했던 여성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탈북민을 팔아넘기는 브로커에게 넘겨졌다. 이후 그녀의 삶은 사회면에서 봤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를 갖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삶을 영위했다. 여자 혼자 할 수 있은 일은 많지 않았다. 윤락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돈을 벌었고, 그 돈을 모두 아이에게 보냈다. 관심과 사랑을 주는 좋은 엄마는 되지 못했지만, 관심과 사랑은 이어갔던 엄마였다.
탈북여성, 조선족, 매매혼과 인신매매, 살인과 성폭행 등 자극적이고 센 소재들이 넘쳐나지만 캐릭터는 전형적이고 단조롭다. 그럼에도 현재와 과거를 어색하지 않게 오가면서 이야기의 흥미를 높였다.
2017년에서 2003년, 다시 2018년과 1997년으로 널뛰는 시점에 중심을 잡아주는 건 아들 젠첸이다. 젠첸의 시점으로 엄마의 과거를 들여다 보면서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구성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와 더불어 젠첸이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자연스럽게 선보여진다.
젠첸은 배우 장동윤이 연기했다. 장동윤은 첫 스크린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생사를 알게 된 엄마의 존재로 혼란스러워하는 젠첸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엄마의 내연남이 싫어 각목으로 내려치는 감정적인 면도 보이고, 숨겨진 사연에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으며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한다. '뷰티풀 데이즈'가 이나영으로 시작해 장동윤으로 마무리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엄마와 아들로 시작한 이야기의 마무리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다.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가족을 꾸린 엄마, 그리고 그녀가 유일한 가족인 아들이 함께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해석을 유도했다. 사회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가까워진 남북 국면에서 탈북자와 조선족, 그리고 남한 사람들이 가족으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오는 11월 개봉. 12세 관람가.
부산=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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