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향하는 AI…버려진 인공위성으로 '지구 이상조짐' 예측한다

입력 2018-10-05 17:33  

과학 이야기

2018 국제우주대회서 공개된 각국의 'AI 우주 프로젝트'

NASA가 발사한 위성 'EO-1'
17년간 지구관측 뒤 가동 중단
인공지능으로 남아있는 정보 분석
2020년 화성으로 떠날 우주선
자율주행으로 광물 등 탐사

유럽은 우주로 드론 띄워
발사체 회수해 비용 절감



[ 윤희은 기자 ]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은 우주 폐기물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질문의 답을 ‘정보의 보고’로 바꿨다. 2003년 개발한 자동화우주연구시스템(autonomous sciencecraft experiment·ASE)은 NASA가 진행한 최초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로 꼽힌다. 인공위성에 쌓여있는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는 게 ASE의 목표다.

대상이 된 첫 위성은 2000년 11월21일 발사한 EO-1(Earth Observing-1)이었다. EO-1은 이후 14년 동안 자동화 방식으로 지구에서 발생한 각종 기상·지질 현상 데이터를 쌓았다. 1500쪽에 달하는 연구 기록, 9만2000여 개의 의미 있는 영상 기록을 남긴 뒤 2017년 3월 가동이 중단됐다. 지구에 떨어지는 시기는 2056년이다.

NASA, 화성 탐사에 AI 활용

“AI는 우주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열쇠입니다. 오직 AI만 가능합니다.”

지난 2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 현장. 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AI연구단을 운영하는 스티브 첸 수석연구원은 AI를 통한 우주 연구계획을 이같이 말했다. 첸 연구원은 EO-1의 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 발생할 지구의 이상 조짐을 미리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화산이 언제 분출할지, 언제 홍수가 발생할지와 같은 것을 수일에서 수개월 전에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기존에 발생하는 이상 현상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구에서 의미 있는 기상 변화가 생기면 그것도 자동으로 분석하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상 현상 포착은 사람이 입력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AI의 자체 판단에 따른다.

NASA는 AI의 역할을 지구 기상정보 빅데이터 분석에 국한하지 않는다. 2020년 예정된 화성탐사선 프로젝트에서도 AI가 주축이 돼 탐사한다. 우주선에 실리는 탐사차량은 AI 기술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자동차다. 이 차량엔 각종 이미지와 광물을 자체적으로 분석하는 AI 플랫폼이 들어간다. 탐사차량의 작업이 늦춰지면 자동으로 일정을 변경하고 변수를 줄이는 등의 작업도 AI가 맡는다.

첸 연구원은 “NASA뿐 아니라 유럽우주기구(ESA) 등 대부분의 국제 우주기관이 AI를 적용해 우주를 탐구하고 있다”며 “AI 없이는 우주 연구가 불가능할 만큼 의존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ESA, 드론 통해 발사체 비용 절감

이번 IAC에서는 세계 각국의 발사체 비용 절감 계획이 주목받았다. ESA는 개발 중인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Ariane)6의 발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드론(무인 항공기)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일단 발사한 뒤 드론을 이용해 엔진 부분만 회수한 뒤 지상으로 갖고 와 재활용하는 식이다. 아리안6는 2020년 발사 예정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새 로켓인 H3 개발 과정에서 기존에 자동차산업 등에 활용되던 민간 영역 부품을 활용해 발사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IAC가 열리는 내내 운영된 전시회에는 NASA, 에어버스, 보잉 등 세계 우주기구 및 항공우주회사 40여 개가 참여해 최신형 우주선과 발사체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NASA와 에어버스, 록히드마틴은 다목적 우주선인 오리온을 주력 개발품으로 내세웠다. NASA가 개발을 주도했으며 화성과 달 탐사에 두루 쓰일 전망이다. 승무원 4명이 탑승할 수 있다. NASA는 2033년 오리온을 활용해 사람을 화성으로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리온의 본체가 되는 승무원 모듈 및 서비스 모듈은 에어버스 기술로 제작됐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이 모듈을 제작할 수 있는 건 에어버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록히드마틴은 3차원(3D) 프린터 등 최신 기술로 생산한 부품을 오리온에 적용한다.

오는 22일 발사 예정인 수성탐사 우주선 베피콜롬보도 주목받았다. 탐사가 어려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수성의 지형과 자기장을 조사하기 위한 무인 우주선이다. ESA와 JAXA가 공동 개발했으며, 에어버스 부품이 적용됐다.

독일항공우주센터(DRL)는 JAXA가 2014년 발사한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3일 세 번째 로봇을 류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해 주목받은 탐사선이다. DRL은 하야부사2호의 착륙선을 개발하고 시범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브레멘=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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