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투자개방 병원, 공론화 말고 주민설득할 순 없었나

입력 2018-10-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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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건설된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개원이 무산위기에 처했다. 중앙정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승인했던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공론화 과정에서 ‘불가’로 뒤바뀌는 첫 사례가 될 판이다.

투자자가 지분에 따라 병원운영 수익금을 배분받을 수 있는 투자개방형 병원은 의료산업의 발전에 필요하다. 많은 선진국이 도입했고, 공산당 체제인 중국도 2002년에 이미 허용했다. 중국의 뤼디(綠地)그룹이 서귀포시에 건립한 녹지국제병원은 ‘한국의 첫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해외에서도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이 병원은 처음부터 ‘영리병원’ 논쟁에 과도하게 휘말려왔다.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공공의료가 약화된다”는 보건의료노조와 일부 사회단체의 반대는 그만큼 집요했다. 우여곡절 끝에 보건복지부는 2015년 의료발전 차원에서 이 병원의 사업승인을 내줬다. 이후 부지매입, 직원고용, 건물완공까지 법적 절차에 따랐고, 지난해 8월 현대식 병원이 세워졌다. 그러나 지난 3월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역차원의 공론화로 개원을 결정하겠다”고 했고, 이에 따른 공론화조사위원회가 ‘개설 불허’를 원 지사에게 권고하기로 하면서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778억원이 투자된 사업이 이렇게 좌초되면 누가 한국에 투자를 하려들지 걱정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주민의사를 반영하겠다는 자세는 좋지만 국가발전에 필요한 정책은 제때, 바르게 추진돼야 한다. 직접민주주의니 시민참여행정이니 하는 명분에 과하게 갇혀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 ‘결정장애’에 빠지면 피해는 국민과 주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나 대학입시 방식 등의 공론화 결정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혼선에서 반성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라는 지위에 맞게 제 역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투자개방형 병원의 필요성이나 장점을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느냐 하는 문제제기다. 다른 시·도에 비해 재정과 자치권에서 특권을 누리는 만큼 더 성실하게 주민설득에 나서야 했다. 원 지사는 최종 결정에 앞서 이 병원이 외국관광객 유치에 미칠 영향부터 의료발전에 기여하는 부분까지 잘 봐야 한다. 공론화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남기지 않도록 결자해지 차원에서 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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