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2년간 공무원 준비하다 부모와 다툰 후 남긴 글 '뭇매'

입력 2018-10-07 08:49   수정 2018-10-07 09:18



"무슨 생각으로 이 메시지를 공개한거죠?"

한 공시생 A 씨가 아버지와 다툰 후 메시지를 자신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A 씨에게 공무원 시험 포기를 권유하는 아버지의 절절한 마음에 "한 달에 130만 원씩 2년간 아들 뒷바라지를 한 부모님을 보고 정신차리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메시지는 A 씨와 아버지의 다툼 후 작성됐다. 아버지는 "아침에 밥 먹으며 내가 너에게 한 말이 혹시 큰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염려된다"며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버지는 A 씨에게 "2014년 전에 네가 공무원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정말 기뻤다"며 "처음 1년은 집에서 하다 1년을 더 하고 싶다면서 노량진으로 갔을 때, 엄마도 하지정맥 수술 한지 얼마 안 됐음에도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다'며 너를 믿어 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너는 1년을 그냥 날리고, 올해도 안됐다"며 "비용적으로 부담주고 싶지 않지만, 2015년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130만 원 정도를 너에게 보냈다. 2년 치로 계산하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되겠지"라고 그동안 아들을 위해 소요된 비용을 전했다.

노량진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온 A 씨의 방탕한 생활에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버지는 "매일 PC방 가서 새벽 2시에 오고, 그러면서 말로는 내년에 또 시험을 본다고 그러지 않았냐"며 "내 사무실에서 용접을 배우든지 해서 네 살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네가 공무원을 안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며 "네가 무언가라도 열심히 도전해본 것에 아버지는 감사하다. 시험 끝난지 얼마 안 돼 마음 정리할 겸 잠깐 쉬어간 거로 생각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시생 인구를 25만7000명으로 추정됐다. 올해 8월 발표된 '공무원시험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는 공시생 규모를 44만 명으로 파악했다. 공시생을 44만 명으로 추정할 경우 우리나라 청년 인구(만20∼29세·644만5000명)의 6.8%를 차지하는 셈이다.

공시생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월 130만 원의 지원에 대해서도 "노량진에서 방값, 학원비를 빼면 휴대폰과 공과금, 식비를 포함하면 막 쓴 게 아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열심히 공부했으면 학원을 1년 이상 다니지 않는다", "붙을 사람은 노량진이 아니라 인터넷 강의만 봐도 된다" 등 A 씨의 나태함을 지적하는 반응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 "이런 글 올리고, 커뮤니티에 글 쓸 시간에 공부를 하라"는 따끔한 발언도 이어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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