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왜 이런 일에 나섰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일자리에 정책 우선순위를 뒀지만 일자리 양을 늘리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만이 아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대통령 측근들이 “조만간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한 것과 달리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고용이 더 쪼그라들고 이로 인한 소득양극화 확대가 심각한 단계로 치닫고 있다. 이런 위기 의식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건 우선 마련할 수 있는 일자리를 최대한 늘려보자”는 고육지책 총동원에 나선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왜 걱정스러운지에 대해서 긴 설명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으면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처방해 시행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의 모습은 일자리 문제가 왜 심각해진 것인지를 제대로 성찰하고 원인을 짚어내 그에 맞는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일자리가 참사 수준을 맞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현실에 눈감은 ‘탁상(卓上)정책’이 서민 일자리를 대거 거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무리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접거나 기존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일자리가 급감한 게 ‘고용참사’의 중요 요인이다.
또 하나는 양질의 일자리 원천인 기업들이 각종 규제의 굴레에 묶여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면서 일자리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일자리마저 신(新)산업에 대한 첩첩 규제에 발목 잡혀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최근 ‘2018 부산-한경 위크’에 참석한 상공인들이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기업인들 일거리를 막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절절한 호소를 새겨야 할 것이다.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과감히 규제를 풀고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의 정부 정책 기조 전환이 시급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