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미키 마우스' 묘한 신경전…RHK 출간에 위즈덤하우스 가세

입력 2018-10-0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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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현 기자 ] 지난달 중순 출판사 RHK는 《미키 마우스, 오늘부터 멋진 인생이 시작될 거야》(사진 왼쪽)를 출간했다. 디즈니 캐릭터를 앞세워 올해 ‘푸 열풍’을 일으킨 에세이 시리즈 중 하나다. 올 3월 첫선을 보인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후속작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는 현재까지 57만 부가 팔렸다. 5만 부만 팔아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출판시장 불황기에 ‘푸’로만 5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올린 것이다.

글자 수는 적었지만 책 속 예쁜 장면과 문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져나가면서 입소문을 탔다. RHK는 푸 인기의 여세를 몰아 7월엔 또 다른 디즈니 캐릭터인 앨리스가 지은 《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를, 지난달엔 미키 마우스 책을 냈다. 연말엔 인어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디즈니 공주 시리즈로 이어갈 계획이다.

그런데 지난달 말 위즈덤하우스도 표지에 미키 마우스를 그려넣은 《미키는 늘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야》를 내놨다. ‘미키 마우스 원작’이라는 표현을 썼고 매 페이지를 삽화로 채워 넣었다. 가격은 1만2800원으로 RHK의 책(1만3800원)보다 낮게 책정했다. 위즈덤하우스 관계자는 “올해가 미키 마우스 탄생 90주년으로 디즈니에서도 다양한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기획했다”며 “올해 캐릭터 에세이 인기에 다른 아이템도 준비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2016년 빨강머리 앤, 지난해는 해달 캐릭터 보노보노를 앞세운 ‘위로(힐링) 에세이’가 인기를 끌면서 RHK도 후발주자로 추억을 소환하는 디즈니 캐릭터를 택했지만 이번 건은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 RHK 측 주장이다. RHK 관계자는 “표지나 제목, 구성과 문체까지 비슷하니 아무래도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키 마우스 책이 전작 같은 인기를 못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보문고에서 RHK의 《미키 마우스…》는 시·에세이부문 주간 베스트셀러 15위, 위즈덤하우스의 《미키는 늘…》는 34위에 올라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디즈니는 독점계약을 맺지 않아 후발 업체가 캐릭터 사용 계약을 맺는 것은 자유지만 ‘벤치마킹’과 ‘카피캣’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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