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닮은 美 셰일산업

입력 2018-10-09 17:42  

혁신성장, 성공의 조건

셰일 기업들, 살아남기 위해 규제 없이 마음껏 경쟁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로 OPEC 공세 이겨내다



[ 성수영/고경봉 기자 ] 미국의 셰일혁명은 규제 없이 마음껏 경쟁한 기업들이 국가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셰일 기업들은 미국의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특정 항목만 불허하고 나머지는 전면 허용)에서 신기술을 마음껏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었다. 적자생존을 통해 살아남았기에 산업의 생명력도 강했다. 기업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의 ‘치킨 게임’도 뼈를 깎는 혁신으로 이겨냈다. 결국 셰일산업은 제조업과 석유화학산업까지 함께 부흥시키면서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1998년 미국의 천연가스 채굴업자 조지 미첼은 수압으로 지반을 파쇄하는 프래킹(fracking) 공법을 개발했다. 미첼의 성공을 본 많은 독립 석유가스 회사가 셰일가스 채굴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규제 없는 환경에서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에 전념했다. ‘셰일혁명’의 시작이었다.

셰일 기업들이 OPEC 주도의 국제원유시장을 위협하자 OPEC은 2014년 말 ‘저가 공세’에 들어갔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2014년 12월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져도 감산(減産)할 뜻이 없다”고 엄포를 놨다. 유가가 급락하자 셰일 기업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주와 노스다코타주 등의 셰일 기업들에서 실업자가 수만 명씩 양산됐다. 업계에선 유가가 60달러대로 떨어지면 연쇄 부도 사태가 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예상과 달리 미 셰일오일 업계는 유가 급락을 견뎌냈다. 셰일 업계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운영 개선 등을 통해 종전보다 생산성을 두 배 가까이 올렸다. 미국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는 “셰일오일산업 발전 속도는 정보기술(IT)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와 무척 닮았다”고 평가했다. 미 셰일산업이 채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생산기법을 구축해가고 있어서다.

셰일혁명은 경제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설비투자의 절반은 화학 플랜트였다. 미국 경제 성장이 화학산업의 활발한 설비 투자 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캘 둘리 미국 화학협회 회장은 “셰일가스가 미국 제조업 성장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성수영/고경봉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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