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을 '터빈 부품'으로
다이몬드 톱날은 '숫돌'
7월 美 세관 적발 3배 급증
[ 강동균 기자 ] 미·중 통상전쟁으로 관세 부과 대상이 된 중국산 제품이 늘어나면서 수출 코드를 위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대(對)미 수출품에 다른 제품의 코드를 붙여 수입 관세를 피하거나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제3국을 통한 환적 방식으로 관세를 피해 오다가 최근엔 고의적 코드 바꿔 달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수입품에 HTS 코드로 불리는 10자릿수의 번호를 부여해 상품을 식별한다. 미국 정부가 사용하는 HTS 코드는 총 1만8927개에 달한다.
미국 세관은 지난 7월 중국 수입품에서 146건의 코드 오(誤)분류 사례를 적발했다. 이는 6개월 전보다 거의 세 배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인 게 강판이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25%의 수입 관세 부과를 명령한 뒤 중국산 강판은 터빈 부품으로 코드가 변경돼 미국에 수입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산 강판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한 반면 터빈으로 분류되는 전기 발전용 세트 수입은 121%나 늘었다.
미 상무부의 덤핑 판정으로 82%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중국산 다이아몬드 톱날은 숫돌로 분류 코드가 바뀌어 수입되고 있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에 있는 중국 수입업체 두 곳이 이런 방식으로 관세를 피하려다 적발됐다.
중국산 합판도 마찬가지다. 작년 11월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표면이 딱딱한 합판에 183.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표면이 부드러운 합판 관세율은 0~8% 수준이다. 합판 코드는 목재 형태와 두께 등에 따라 88개로 나뉜다. 지난해 표면이 딱딱한 중국산 합판의 미국 수입은 20% 줄었지만, 표면이 부드러운 합판 수입은 549%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엔 작년 동기 대비 983%나 급증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관세 회피로 인한 세수 손실이 연간 최소 5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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