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아닌 만족을 판다"…'서비스의 王道' 지키는 기업들

입력 2018-10-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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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

114개 산업 대상 소비자 1만1040명 참여
KCSI 75.6점…현대차 25회 1위 '최다'



[ 이현일 기자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이사 부회장 김종립)은 114개 산업 3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지난 4월17일부터 8월24일까지 국내 소비자 1만1040명을 대상으로 제조업 52개(소비재 제조업 29개, 내구재 제조업 23개), 서비스업 62개(일반서비스업 52개, 공공서비스업 10개) 등 총 114개 산업에 걸쳐 소비자 방문을 통한 1 대 1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KCSI는 전반적 만족도(30%), 요소 종합만족도(50%), 재구입(이용) 의향(20%)을 반영한 점수다.

◆조사 대상 기업이 국내총생산의 75% 차지

올해 KCSI는 75.6점으로 나타났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처음 조사가 이뤄진 1992년에 비해 33.7점 올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79.2점, 서비스업(공공서비스 포함)은 74.0점으로 집계됐다. 1990년대 불과 50개 안팎의 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KCSI는 조사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올해 기준으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75%에 해당하는 114개 산업을 조사에 포함시켰다. KCSI 평가 점수는 전체 산업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꾸준히 상승해왔다.

기업들이 고객만족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이를 필수적 생존 전략이자 경영목표로 삼은 덕분이라고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분석했다. 이 같은 노력은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도 고객만족도를 높이려는 기업들의 활동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음을 뜻한다.


◆1인 가구, 웰빙 트렌드 반영해 만족도 높여

소비재 제조업에서는 1인 가구, 건강 및 웰빙 관련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제품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1인 가구 증가에 발맞춰 고객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용 상품 및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가 확산되면서 맥주 산업 만족도가 높아졌고, 여성용 한방화장품, 홍삼가공식품 등이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수준 높은 웰빙 서비스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내구재 제조업은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생활가전 및 자동차 산업이 상위 10개 중 8개를 차지하며 전반적으로 고객들에게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TV, 냉장고, 가정용 에어컨, 승용차 등은 80점 중후반대의 높은 만족도 점수를 기록했다.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친환경 이슈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점이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았다.

공공서비스업 중에선 우편이 20년째 지속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철도, 전력, 고속도로 등의 순으로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다만 세무, 수도, 치안행정, 지하철, 등기, 교육 등은 만족도 수준이 낮아 개선할 여지가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업 1위 경쟁 치열

올해 27년째를 맞는 KCSI 조사에서 114개 산업 가운데 56개 산업 부문의 1위 기업은 10회 이상 수상 실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재(18개)와 내구재(13개) 등 제조업 부문에선 총 31개 산업의 1위 기업이 10회 이상 1위를 차지한 장수 기업이었다.

공공서비스를 포함한 서비스 업종은 62개 산업 분야 중 25개 산업의 1위 기업이 10회 이상 1위에 올랐다. 서비스업에서 장수 1위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시장 경쟁이 그만큼 더 치열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은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주요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반면, 내수 비중이 훨씬 큰 서비스업에서는 특정 기업이 독보적인 선두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KT 등 두각

지금까지 현대자동차(내구재)가 25회 1위를 차지해 최다를 기록했다. 에버랜드(서비스·24회), 라이온코리아(소비재·23회)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금강제화(정장구두), 삼성전자(이동전화단말기), 삼성화재(자동차보험), 교보문고(대형서점) 등은 22차례 1위 기업에 올랐다. 삼성그룹은 다양한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카드, 삼성서울병원 등 6개 계열사(11개 산업)가 10회 이상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5개 산업(이동전화단말기, TV, PC, 세탁기, 냉장고)에서 10회 이상 1위를 차지하며 고객만족 선도 기업으로서 위상을 확인했다.

올해 KCSI 조사 대상 산업 중 총 12개 산업에서 새로운 1위 기업이 등장했다. NH투자증권(증권), 우체국택배(택배), KCC(가정용건축자재) 등이 치열한 고객만족 경쟁 끝에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상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본부장은 “새로운 고객 경험의 시대가 열렸다”며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소비자의 감성과 심리적인 측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차별화되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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