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노선 삼성~동탄 구간도 적기 개통은 '빨간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차례 강조해 온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연내 착공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사업자 간 요금 책정 등 재무 협상이 끝나지 않은 데다 기획재정부 심의와 토지 보상 등 여러 절차가 남아서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GTX-A 삼성~동탄 구간도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며 개통 시점이 당초(2021년)보다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 심의, 토지보상 탓에 연내 착공 ‘난항’
10일 국토부와 철도업계에 따르면 GTX-A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국토부와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본설계·궤도 등 기술 논의를 마친 뒤 요금 책정 등 재무 협상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올 11월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남은 절차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양측이 재무 협상을 끝내더라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협상안을 한달 간 검토한 뒤 기재부 민간투자심의워원회에서 심의를 마쳐야 실시협약 체결이 가능해서다. 양측은 이르면 이달 말 기재부에 협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때 기재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착공은 내년으로 물 건너간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투자 심의 과정에서 심의가 늦어지면 착공이 올 연말을 넘긴다”고 말했다.
당초대로 올 11월 실시협약 체결을 맺어도 착공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실시계획 승인 뒤 토지보상 절차를 마쳐야 착공이 가능하다. 토지보상 협의가 늦어지면 착공도 그만큼 지연된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토지 보상은 일반 주민들과 협의해야 하는 탓에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수개월 걸릴 수 있다”며 “GTX-A노선의 연내 착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부의 GTX A노선 환경영향평과 결과에 따라 사업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GTX-A노선이 국립공원인 북한산 지하를 통과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커서다.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사업도 설악산 하부를 관통한다는 이유로 2016년 사업 추진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주 중으로 국토부에 환경영향평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사 중인 삼성~동탄 구간도 개통 ‘지연’
이미 착공에 들어간 GTX A노선 삼성~동탄 구간도 적기 개통에 빨간불이 켜졌다. 5개 공구 중 3개 공구에서 시공사를 아직 정하지 않아서다. 사업기본계획에 따라 공사기간이 착공일로부터 60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계획대로 2021년 개통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최근 GTX 건설 관련 민원에 “일부 구간의 지반 여건 불량, 영동대로 통합개발 사업 지연 등으로 개통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보다 개통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진행 중인 도로·철도사업 가운데 수십곳이 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아산~석문 산단선,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 신설 등이다. 올해 말 개통 예정인 9호선 3단계 구간(서울 잠실운동장~보훈병원)은 2016년 2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싱크홀과 예산 부족 탓에 개통이 2년10개월 미뤄졌다. 한 철도 전문가는 “정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매년 10%가까이 줄이고 있어 공사 지연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GTX 노선 셋 중 GTX-B(인천 송도~남양주 마석)노선의 경제성 평가 결과 발표도 올해 중으로 나올지 불투명하다. 예비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간 지 1년밖에 되지 않아서다. GTX-B 노선은 송도~마석 구간 연장안으로 지난해 9월부터 KDI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받고 있다. 2014년 2월 예타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값(B/C)이 0.33으로 나왔다. 일반적인 철도 사업은 B/C 수치가 1.0을 넘어야 추진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 전문가는 “B노선보다 사업성이 높은 C노선(경기 양주~수원)도 2015년 11월부터 예타 재조사를 받고 있지만 3년 가까이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B노선은 B/C 수치를 세 배나 높여야 하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예타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연내 착공 ‘고수’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 연내 착공 입장을 고수했다. 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GTX-A노선은 연내 착공하고, GTX-C노선 예비타당성 조사는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도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내 “관련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하여 당초 목표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GTX-A 노선의 연내 착공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해당 업무 담당자들은 연내 착공이 어렵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연내 착공을 못하더라도 꼼꼼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계획을 수립해 예산을 절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0일 열린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도 “수도권 급행 서비스 제공 확대를 위해 GTX-A노선 연내 실시협약 체결과 B·C 노선의 조속한 예타 결과 도출에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다만 국토부가 상징적인 기공식을 연내에 할 수는 있다. 삽을 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기공식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전망이다. 추진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한 교통전문가는 “선언적인 의미의 기공식은 진정한 기공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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