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아이들이 꾸미는 통쾌한 반전 '마틸다'

입력 2018-10-11 18:53  

아이들의 연기 돋보이는 가족 뮤지컬
자연스러운 책읽기 교육 시간 될 수도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



아동용 소설이 영화로 제작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다가 흥행 뮤지컬이 됐다. 최근 국내에서 막을 올린 ‘마틸다’다. 천연덕스럽게 연기하고 노래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세계적인 흥행 대작이다.

원작자는 노르웨이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영국의 아동소설 작가 로알드 달이다. ‘로알드’라는 이름은 그의 부모가 세계 최초로 북극을 탐험한 노르웨이 사람인 로알드 아문센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후문이 있다. 1990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메리 포핀스’ ‘해리 포터’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인기와 추앙을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을 쓴 인기 작가였다. 팀 버튼이 영화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흥행을 기록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그가 쓴 소설에서 출발했다.

‘마틸다’ 역시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영화로도 제작됐다. 작은 키에 코믹한 연기로 유명한 대니 드 비토가 제작 및 감독, 그리고 주인공 마틸다의 아버지 역할까지 1인 3역을 소화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책읽기에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주인공 마틸다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지내다 초등학교에 진학해 착한 담임 미스 허니 선생을 만난다. 하지만 무지한 부모처럼 학교에도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른’이 있다. 바로 사악한 교장 미스 트런치불이다. 올림픽 국가대표 해머 선수 출신인 교장은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생트집을 잡아 교실 창밖으로 빙빙 돌려 던져버릴 정도로 무자비한 존재다. 미스 트런치불의 억압과 통제 속에 살던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숨겨진 초능력을 알게 된 마틸다와 함께 학교에서 교장을 쫓아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통쾌한 반전이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소설은 1988년, 영화는 1996년에 나왔다. 뮤지컬로 환생한 것은 2010년이다.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 본부를 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1980년대 발표한 ‘레미제라블’에 이어 뮤지컬로는 역대 두 번째로 시도한 작품이다. 2011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막을 올린 초연은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2013년 막을 연 브로드웨이 공연은 2017년 1월 종연 때까지 1555회 연속 공연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어권이 아닌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는 올해 한국 공연이 최초의 시도다.

아이들이 많이 출연하다 보니 대사나 의미 전달에 어려움이 많지만, 어른보다 더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아이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되고 칭찬받을 만한 명작이다. 국내에서도 150 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꼬마 여주인공과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그저 감탄만 자아낸다. 여기에 여자 교장 선생 역을 맡은 남자 배우들이 보여주는 그로테스크함은 꽤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두 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한순간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는 아이들과 가족들이다. 활자가 영상으로, 또 무대에서 재연되는 현대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공식을 여실히 체험하는 순간이다. 초연했던 런던 공연가와 큰 흥행을 기록한 브로드웨이에선 공연장 기념품 가게에서 책을 사들고 귀가하는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주입식이나 채근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책읽기 교육의 생생한 현장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절실한 체험이자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jwo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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