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쪽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부인의 주체가 정부기관이 아니라 관영 언론인 점이 주목된다. 스파이칩의 발견과 폭로 과정에 미국 정보당국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통상 이런 유의 국가 간 공방은 명쾌한 진실규명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중국의 민낯이 확인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벼랑 끝으로 향하는 미·중 관계를 두고 새로운 ‘문명의 충돌’로 보는 시각까지 있다. 이번 사건을 현대 국제사회의 흔한 산업스파이전(戰)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실 규명을 기다리기에 앞서 한국에는 이런 일이 없는지 민관(民官) 공히 제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 경쟁관계가 형성돼 있다. 수교 26년간 함께 축적해온 협력관계가 무시 못 할 성과로 남아있지만, 통상·산업과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분야가 적지 않다. 당장 내년 3월 국내에서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인 5세대 통신장비 시장을 중국 화웨이가 석권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서도 시사점이 있다. 중국 기업에 경제적 성과를 내줄 가능성만 볼 게 아니라 안보차원의 위협요인까지 감안해야 한다.
정보전쟁 시대다. 보안과 정보전에서는 우방도, 동맹도 예외가 없는 것이 국가생존의 냉정한 논리다. 우리 정보당국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북한과 평화공존도 필요하지만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남북문제에 매진하면서 산업현장의 보안이 소홀해진 건 아닌지, 꼭 필요한 정보는 획득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보도, 보안도 국력이고 나라의 존망까지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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