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물가 치솟자 기업에 분풀이

입력 2018-10-12 17:37   수정 2019-01-10 00:00

"가격 많이 올리면 벌금"
연내 10%씩 인하 압박



[ 오춘호 기자 ] 터키 정부가 상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거나 사재기를 하는 기업과 상점에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통화가치 급락과 경기 과열로 연 20%가 넘는 물가 상승이 지속되자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터키 내무부는 11일(현지시간) 환율 불안을 악용한 기업과 상점의 급격한 가격 인상 등 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 대처할 것을 각 주지사에게 지시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 9일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소매업계가 연말까지 최소 10%씩 가격을 인하하는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알바이라크 장관은 이 조치가 ‘자발적 캠페인’이라고 했지만 업계에선 정부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알바이라크 장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의 사위로, ‘실세 장관’으로 통한다. 터키 정부는 또 4000여 개 기업의 6만9000여 개 제품을 조사해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다고 판단한 114개 기업에 해명을 요구했다. 전력과 가스 요금도 연말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의 물가 단속이 성공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폴 맥나마라 GAM 펀드매니저는 “과거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정부 등이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안정시키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터키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5% 상승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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