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원점에서 문제 봐야 정책실패 보인다

입력 2018-10-14 17:52  

"갈수록 악화되는 '고용절벽'
공공기관 '단기 알바' 꼼수 난무
국가가 최대 고용주란 정책사고와
국가개입주의가 문제의 뿌리

투자견인성장으로 방향 틀고
규제 혁신해 기업에 힘 실어줘야"

조동근 < 명지대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문제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문제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누구도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봉책으로 현실을 덮게 되고, 임시방편만 덕지덕지 붙게 돼 나중에는 문제의 본질마저 흐려질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을 천착하려면 ‘원점으로 회귀’해 문제를 다시 봐야 한다. 이를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라고 한다. 우리는 글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 따라서 문장을 수정하려면 왼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문제를 다시 봐야 비로소 왜 실패했는지 알 수 있다.

올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간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는 10만 명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이른바 ‘고용절벽’이다. 추경을 두 차례나 편성하는 등 정책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원점으로 회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금선(禁線)을 넘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단기 일자리 확대를 지시하고 일자리 확대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의중을 따른 것으로 유추된다.

1년 미만 단기 일자리 확대는 고용동향 수치 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로밖에 달리 볼 수 없다. 이는 정부가 앞장서 ‘고용통계 분식’을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은 이미 정부 시책에 따라 매년 상당 규모의 인턴채용 계획을 밝히고 분기별로 나눠 충원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만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규직 채용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단기 체험형 인턴을 늘리면 예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가가 이들을 소모품처럼 쓰다 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취업자 증가 폭 둔화를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를 들어 방어적으로 설명해왔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취업 경쟁 압력이 경감해 취업이 용이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9월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66.8%로, 6월부터 4개월째 하락 중이다. 고용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인구 감소 폭보다 취업자 감소 폭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생산인구가 감소했다면 경쟁 압력이 완화돼 구직단념자 수가 감소할 것이다. 최근 1년 이내 구직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구직단념자 수는 지난달 55만6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고용절벽을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시장에서 창출되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정부 예산에 의해 뒷받침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자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을 원점으로 회귀해야 하는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의 첫 행선지는 인천공항공사였다.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했다. 비정규직은 달리 보면 정규직으로의 징검다리며, 제도의 산물로 악(惡)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라고 선언했다. 국가의 고용 무한책임론은 사회주의 국가의 아젠다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금과옥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은 ‘분배를 통해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역발상이다. 기업 전략이 아닌, 정책역발상은 위험하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득주도성장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으로 믿었다. 이 세 가지에 대해 원점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고용 참사를 면할 수 없다.

사고를 바꿔야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소득주도가 아니라 투자견인이 양질의 성장을 가져온다. 그리고 정부의 고용기여 최대치는 공공서비스, 즉 비(非)시장재의 공급까지다. 일자리는 시장에서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다. 일감이 일자리를 창출한다. 결국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에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래야 각양각색의 직업이 만들어지고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서비스업이 발달한 선진국은 직업의 숫자가 한국에 비해 훨씬 많다. 한국의 직업 수는 2006년 기준 1만 개로, 미국(3만 개) 일본(2만5000개)의 절반 이하다.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여야 한다’는 정책사고와 국가개입주의가 시장을 질식시킨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가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다.

dkcho@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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