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지뢰밭 옆이어도 '무조건 사자'…민통선 일대 최고가 행진

입력 2018-10-15 07:15   수정 2018-10-15 07:39

우리 동네 어떤 밸류 - (3) 도라산역(파주 장단면, 군내면)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등을 계기로 남북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공동경비구역과 철원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정수장 가동도 본격화됐다. 접경지역 인근 지자체등은 자체 남북교류협력기금 예산 등을 확충하는 등 민·관·군 모두에 걸쳐 경협 활성화가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접경지역은 남북관계나 정에 따라 부동산 시장 가치가 급변 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화해무드로 기대치가 반영되며 거래량과 평균거래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차 방북을 전후한 10월 둘째 주. 자유로를 따라 남북경협 이슈의 최선봉에 있는 파주 도라산역 인근을 돌아봤다.

◆파주 접경지, 안보관광지에서 물류집적지까지 변화

현재 도라산역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내에 위치하고 있다. 특별한 목적 없는 출입에는 제한이 있는 편이다. 도라산역을 가장 편하게 방문하는 방법은 DMZ안보 관광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임진각에서 관광버스로 출발하는 DMZ관광노선과(평일 9회, 주말 15회) 1일 1회 용산역에서 도라산역으로 직행하는 DMZ관광 트레인 열차가 가장 대중적이다. 이외 여행사별로 운행하는 안보관광상품 등이 있다. 민통선 통과시 해당 군부대의 인원체크 및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신원을 확인하는 신분증이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관광 상품은 1만원 전후, 코레일 관광열차는 3만6000원 전후의 비용이 든다. 다만 민통선 내 공인중개사무소 혹은 토지 소유자와 사전에 협의해 인솔을 받을 경우 개별 차량으로도 방문이 가능하다.

임진각을 비롯한 도라산역 인근 DMZ 안보 관광은 연간 300만 명을 넘었다. 주말의 경우 임진각 및 인근 이면도로가 꽉 들어찰 정도로 이용객이 많다.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잔디밭에 그늘막을 펴 놓고 도시락을 먹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도 많았고 안보관광을 온 단체 관광객도 끊이지 않았다.

10월 둘째 주 평일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이용했는데 1시에 매표할 당시 3시 막차 표를 팔고 있었다. 2호차까지 관광버스 2대 90여석의 좌석이 매진돼 이용을 못하는 관광객도 10여명에 달했다. 45명 정원에 차량에는 외국인 10여명을 비롯해 20대 친구들 모임, 중장년층, 유아를 포함한 일가족 등 다양한 구성을 보여줬다.

◆서울과 평양 사이 도라산역, 관광객만 연간 300만 명 넘어

기본 코스는 도라전망대 - 제3땅굴 - 도라산역 - 통일촌 등으로 구성된다. 과거 군부대 초소로 이용했던 도라전망대에서는 개성 공단 까지 북측 인근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으며 관광코스의 핵심인 제3땅굴의 경우 1시간 전후로 땅굴 체험이 가능했다.

땅으로 이어진 국경에 익숙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도라산역은 독특한 국경경험을 제공한다. 도라산 역사에는 출입국 사무소가 있다. 국경 통과하는 화물 등을 염두에 둔 거대한 컨테이너 주차장 등이 이곳이 한 나라의 국경지대이자 분쟁지역 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평양에 이어 유라시아 철도와 연결돼 영국까지 이어지는 철도망계획은 향후 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해 보였다. 1972년 조성된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일명 통일촌)은 현재 100가구가 넘게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안보관광투어버스가 통일촌농산물직판장에 잠시 정차하는데 직판장 좌우로 위치한 민통선 내 성업중인 부동산중개사무도 등이 인상적이었다.

통일촌공인중개사사무소 A중개사에 따르면 현재 민통선 내 3.3㎡당 30~40만원 내에 농지 매물이 수건 보유하고 있었다. 외지인도 큰 무리 없이 구매 가능하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농지를 구입할 경우 출입 허가를 받기까지 통상 4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매물 투어를 하려는 경우 사전에 중개사무소와 미팅 일정을 잡아 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량 늘고 가격은 지난 12년 최고치 경신 중

그렇다면 과연 파주시 인근 지역의 거래상황은 어떨까? 도라산역이 위치한 파주시 군내면과 장단면 일대 토지 실거래가를 2006년부터 올해 9월까지 12년간의 분석했다. 군내면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연간 100여건씩의 토지가 거래되다가 2011년 이후 거래량이 증가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는 300~400건대 전후로 꾸준히 거래량이 유지되고 있다.

국·공유지를 제외한 파주시 군내면 필지수가 2018년 기준 약 1만422필지다. 이를 감안하면 전체 필지의 4%가량이 매년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2002년 도라산 역이 개통된 뒤 유지되던 안보관광이 2009년 보안사고로 중단됐다가 2012년 다시 재개된 점이다. 파주 운정신도시 보상이 2012년 이뤄지면서 지역적인 호재도 일부 있었다.

더불어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통일 이후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중장기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거의 이뤄지지 않던 지분거래가 2012년 이후 연간 40~50건씩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했을 때 얘기다.

거래 가격은 2008년 3.3㎡당 평균 9만5000원을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하락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2012년에는 역대 최저점인 3.3㎡당 4만2662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상승을 시작했다. 2018년 3.3㎡당 처음으로 10만 원대가 넘어가며 9월까지 3.3㎡당 평균 12만3537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소지상 도라산역이 직접 위치한 장단면의 경우 군내면 보다 1년 이른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났다. 2014년 405건까지 증가했지만 개성공단 폐쇄가 이뤄진 2016년 166건으로 급락했다가 서서히 거래량을 회복하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는 전년도 175건보다 많은 190건이 거래됐다. 연말까지를 감안하면 200건대 중반의 거래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단면의 경우 국·공유지를 제외한 필지수가 2018년 기준 약 8326 필지로 필지 수 대비 2~3%내외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균 거래가격은 장단면이 군내면에 비해 30% 정도 저렴한 편이다. 가격 추세는 2010년 3.3㎡당 2만2060원을 기록한 이후 비교적 꾸준하게 상승했다. 8년이 지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3㎡당 평균 8만4040원을 기록해 2010년 대비 4배 가까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절대가격 싸다지만, 투자는 역시 신중하게…

투자에 있어서는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군내면 및 장단면의 경우 지역의 거의 절반 이상이 자연환경보전지역이다. 자연환경보전지역의 경우 건폐율 및 용적률의 제한이 있으며 건축물의 용도·종류 및 규모 등에 제한도 있다. 더구나 남북한이 공동으로 DMZ 접경지역을 생물권보전지역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종합계획에도 생태·관광·평화공원 조성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어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 된다고 해도 상당부분의 토지에 개발제한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마을 및 민간이 거주 비율이 낮아 도로가 많이 개발 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토지의 맹지 비율이 높고 대부분 농지라 매입 시 농지취득자격등이 필요하기도 하다.

올해 9월까지 군내면에 거래된 토지 324건 중 51%인 166건이 맹지였다. 69%인 223건이 전·답 등 농지였다. 또한 53건은 자연환경보전지역 내 포함된 토지였다. 장단면 역시 190건 중 48%인 91건이 맹지였고 128건(67.3%)은 농지였다. 자연환경보전구역은 전체 35.7%에 달하는 68건에 달했다.

군사지역이 많다는 점과 여전히 존재하는 지뢰의 안전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현장을 방문했지만 군사구역으로 인해 사진촬영 불가지역이 거의 대부분이라 현장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지뢰 위험 표시와 농지가 접해 있는 토지도 일부 목격됐다. 더불어 남북관계 혹은 북미관계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환경이 급변하는 고질적인 문제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남북경협이 더욱 활성화 될 경우 해당 지역이 경유지 이외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전망하는 경우도 있다.

접경지 토지를 직접 방문해 보니 여러 가지 시사점을 우리에게 보여 졌다. 남북정삼회담 등으로 거래가 뜨겁게 상승한다는 풍문을 실거래가 데이터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통행에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300만 명이나 방문하는 관광지로서 이미 제 기능을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치상황에 따라 변하는 관계개선 문제와, 막연한 기대감과는 달리 낮은 개발 가능성 등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다. 분단국가로서의 대한민국 특수성이 만들어낸 접경지 파주, 과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건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글=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
정리=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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