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기자 ] “빈곤과의 전쟁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게) 능력을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다.”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은 1964년 이 같은 연설을 통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존슨 전 대통령의 정책은 효과를 거뒀을까.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빈곤율은 1959년 22.4%에서 1966년 19%로 빈곤과의 전쟁 선포 이전부터 감소하고 있었다. 존슨 행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책을 편 첫해인 1966년부터 최근까지 50년간 빈곤율을 보면 눈에 띄는 차이를 찾을 수 없다. 미 빈곤율은 1970년 13.7%, 1980년 12.4%, 1990년 13.1%, 2000년 12.4%, 2017년 12.3%로 집계됐다.
빈곤과의 전쟁, 처참히 실패
지난해 유엔은 미 인구조사국 통계를 인용해 “전체 인구의 약 12%에 달하는 4000만 명의 미국인이 굶주림과 결핍 속에 살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를 미국의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빈곤율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인구조사국이 1964년 이후 이뤄진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의 이전지출을 반영하지 않은 채 통계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이전지출은 실업수당, 재해보상금, 사회보장금 등으로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인구조사국 통계는 건강보험, 근로소득세 공제 등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87개 이상의 정책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를 포함한 정부의 연간 이전지출액은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다시 계산하면 미국의 빈곤율은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금은 1965년 1인당 평균 3070달러에서 2016년에는 3만4093달러로 증가했다.
이전지출을 통한 저소득층 지원 확대가 미국의 빈곤을 없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 정부가 추진하는 빈곤과의 전쟁은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다. 빈곤층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이 빈곤 퇴치의 목표는 아니다. 미국의 빈곤 계층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 주류층으로 올라서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보조금에 대한 빈곤계층의 의존도가 더 높아지면서 빈곤을 없애기 위한 정부 노력은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 미 정부의 이전지출 금액은 소득 하위 1분위 가구 가처분소득의 84.2%, 미국 가계 총가처분소득의 27.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정부 지원이 노동의욕 꺾어
1965년에는 소득 하위 20%의 1분위 중 일하는 사람이 없는 가구 수는 3분위에 비해 5.4% 많았다. 그러나 빈곤 퇴치를 위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1975년에는 이 비율이 24.8%, 2015년에는 37.1%로 늘어났다. 정부 지원이 소득 하위층의 노동 의욕을 꺾었고 이것이 전례 없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은 인류의 번영을 억제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결핍을 게으름으로 대체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1935년 연설을 통해 “정부 구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존이 계속되면 정신적·도덕적 붕괴를 초래해 국가 조직이 근본적으로 파괴될 것”이라며 “이는 역사의 교훈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이 글은 필 그램 전 미국 상원 은행위원장과 존 얼리 바이털퓨컨설팅 대표가 ‘Government Can’t Rescue the Poor’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