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사부곡 "짧은 머리 좋아했던 아내...이젠 하늘에서 편히 지내길"

입력 2018-10-16 09:06   수정 2018-10-16 09:08



(김우섭 정치부 기자) “저의 짧은 머리를 좋아했던 아내는 열흘 마다 이발을 하라고 성화였습니다. 어제도 위급한 아내를 두고 이발관을 다녀왔어요. 마지막 충성스러운 사랑이었습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바쁜 의정 활동 중에도 2주에 한번 이발을 해왔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던 아내 이선자씨가 박 의원의 짧은 머리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15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수학원과 대학, 군대에 있을 때의 헤어스타일”이라며 “아내 생각엔 그 당시가 가장 자신을 사랑했던 시기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렇게 308일간 투병하던 이씨는 이날 별세했습니다. 박 의원은 아내의 소천을 알리면서 “고통 없이 평화롭게, 큰딸이 오늘 새벽 도착하고 둘째와 조카들 모두가 임종을 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지내길 기도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전남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에서 재수를 하던 시절 이씨와 만났다고 합니다. 7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해 모두 57년을 함께 보냈습니다. 미스 전남 출신의 이씨는 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실세 정치인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조용한 내조’를 해왔습니다.

박 의원은 이날 본인을 늘 치켜세우던 아내의 모습을 회상했습니다. 그는 “새벽에 샤워하면 내의, 와이셔츠, 넥타이, 양복, 안경닦기, 손수건까지 침대 위에 펴놓았다”며 “그대로 입으면 남들이 저를 멋쟁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작년 12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10시간에 걸쳐 뇌종양 수술을 받았습니다. 악성인 데다 종양 위치도 위험도가 높았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두 번의 기적’이라며 소식을 알렸습니다. 박 의원은 당시 “앞으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었죠.

최근까지도 박 의원은 아내의 병수발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부터 부인의 기력이 떨어져 부부 만이 느끼는 감정으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박 의원은 “아내가 3주 전 손을 잡고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그랬던 것처럼 열정적으로 하시고 그 대신 이제 두 딸만을 위해서 살아요’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아니야 당신이랑 함께 그렇게 살아야지”라고 답한 박 의원이었지만 끝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병원에서 밥먹여주고 눈을 부라리며 운동을 시켰건만 거기까지가 본인의 행복이었나 보다”며 “여보, 잘 가. 미안했고 잘못했고 사랑해”라고 슬픈 마음을 전했습니다. (끝) /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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