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광엽 기자 ] 이쯤 되면 소위 ‘진보 정부’의 경제 무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그의 후예’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제지표들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두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과 결과는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실험적이고 이단적인 정책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부터 닮았다. 최대 피해자는 실직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회적 약자층이다. 착취의 도구인 ‘시장’을 대신해 ‘정부가 길을 안내하겠다’며 호기롭게 앞장섰지만, 금세 길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성장·분배 다 놓친 진보정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있지만, 경제 실정만큼은 변명이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 ‘봉하마을 귀향식’ 연설에서 “제가 뭐 경제 살리겠다고 했습니까”라고 겸연쩍게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5년의 성장률은 연 4.5%였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성장률보다 0.6%포인트 낮다. 한국의 성장률이 세계 평균을 밑돈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야 세계 성장률(연평균 3.2%)과 동일한 성장률을 간신히 회복했다. 철 지난 이념으로 피아(彼我)를 편 가르기 하고, 섣부른 시장 개입으로 혼선을 키운 결과였다. 집권 첫해에만 신용불량자가 108만 명 늘었다. 이듬해에는 400여 명의 경제·경영·행정학 교수들이 이례적인 ‘경제 시국선언’까지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를 연상시킨다. 올해 예상 성장률은 2.8%로, 세계 평균 3.7%에 한참 모자란다. 내수·생산·투자가 모두 역주행 중이다. ‘고용 참사’도 닮은꼴이다. 가장이 많은 30~50대 남성 고용률은 지난달부터 90% 아래로 떨어졌고, 청년 실질실업률은 23%에 달했다.
두 정부 경제팀의 주력부대와 ‘오기 행정’ 논란도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가 ‘경제 못 배운 386’이라며 고개를 저었던 청와대 비서관들이 ‘계급장 무시’하고 부동산 등 반(反)시장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들 상당수가 지금 청와대의 ‘수석급’으로 영전해 10여 년 전 실패한 정책들을 재활용하는 사례가 넘친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두 정부의 집권이 세계 경제의 ‘골디락스’ 국면과 겹친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연 8~9%의 성장엔진을 본격 가동한 중국을, 지금은 부활한 미국 경제를 두고 골디락스라는 말이 회자된다. 절호의 기회를 걷어차고 있는 셈이다.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라는 말이 있지만, 한국의 진보 정권은 분배 문제에서 무능함을 더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4.7%(가처분소득·도시 2인 가구 기준) 악화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2년차인데도 6%가량 악화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불평등도가 각각 2.4%, 2.5% 개선된 것과 대비된다.
책임감 높여 '무능' 비판 벗어야
연이은 실패로 ‘진보는 경제에 무능하다’는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고용시장의 ‘빈익빈 부익부’가 빠르게 진행되는데도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우기는 아전인수식 행태에는 무책임한 진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유리한 숫자, 왜곡된 통계가 난무하며 분식(粉飾) 의구심마저 부풀어 오른다.
경제가 파탄지경인데도 자신감에 찬 정부 여당의 행보에서 우려가 더해진다. “약자를 위해 노력했지만 기득권 세력과 외세의 방해 공작에 좌초했노라”는 식의 책임 전가는 안 된다. 상대를 ‘악’으로 모는 진보주의자들의 이런 상용 수법은 ‘노예의 도덕’일 뿐이다. 이념의 노예가 돼 자신의 분노를 ‘선’이라 착각하는 자가당착이다. ‘20년 집권’ 꿈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노예가 아닌 ‘주인의 도덕’을 고민해 주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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