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멸종위기 바다거북의 코에 깊숙히 박혀 있는, 10cm가 넘는 길이의 플라스틱 빨대. 해양학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찍어 올린 바다거북의 피 흘리는 사진은 전 세계에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동시에 커피와 패스트푸드 업계는 빨대 사용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얻었지요. 이들은 앞다퉈 친환경 사업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커피업계의 가장 큰 이슈도 ‘일회용품과의 전쟁’입니다. 종이 빨대, 물에 녹는 쌀 빨대, 빨대 안 써도 되는 커피 뚜껑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변화할 수 있는데 그 동안 왜 이렇게 많은 빨대들을 사용해왔던 걸까. 새삼 반성도 하게 됩니다. 느림의 상징인 거북이가 이렇게 세상을 빨리 변화시킬 줄은 아무도 몰랐지요. 하지만 일회용품 줄이기는 아직 시작단계라 그런지 ‘갑론을박’도 많습니다. 머그컵이 더 더럽다, 텀블러에는 세균이 득실거린다, 머그컵을 씻느라 사용하는 세제가 수질을 더 오염시킨다 등등….
이런 논의를 잠재울 혁신적인 종이컵이 등장했습니다. ‘종이없이 만드는 종이컵’입니다. 뉴질랜드 ‘트리프리글로벌’이라는 회사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뽑고 난 찌꺼기로 일회용컵을 만들었습니다. 버개스(bagasse)라고 불리는 이 찌꺼기는 종이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불에도 잘 탄다고 하는군요. 또 60일이면 자연분해되면서 토양에는 영양분까지 더해준다고 합니다.
이 컵에 커피를 담아 마셔본 사람들은 “커피 맛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환경보호구호는 수십년 째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는 이 분야가 아이디어와 혁신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었나요. 이제는 환경이 발명의 어머니가 되고 있습니다. (끝)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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