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도 경제는 C학점이라 했는데
"정책에 문제 없다는 태도가 문제"
김우섭 정치부 기자
[ 김우섭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발(發)’ 뉴스 하나가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보수 언론은 한국 경제에 큰 일이 발생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이 1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낸 IMF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대한 촌평이다. IMF는 지난 9일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dutlook)’을 발표하며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지난 4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3.0%)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날 박 의원 발언에 야권과 민주당 일부에서조차 “일자리 수 등 실물경제지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집권당 최고위원이 할 말은 아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날 한 방송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이 C학점이라는 한 패널의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박 의원 발언은 IMF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함께 낮췄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마치 한국 경제만 홀로 죽을 쑤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며 “보수 언론이 찬양하고 있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9%에서 2.7%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1%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선진국과의 절대 성장률 수치를 비교하기보다는 잠재성장률 등 입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은 생산 요소를 투입해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경제의 중장기 기초체력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잠재성장률은 2.8~2.9% 수준이다. IMF는 이번 발표에서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이하인 2.6%로 예상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률를 보인다는 건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라며 “분명히 특정 경제 요소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가 올해 2.7%와 1.1% 성장한다고 발표한 미국과 일본 모두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적을 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인식도 이 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큰 차이를 보였다. 박 의원은 이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장률 저하를 가져왔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전날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고용의 양이 타격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뜻하지 않은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대책을 다음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출신인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고임금 노조 개혁 등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이외의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 정책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집권당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 정부의 문제를 바꾸고자 정권을 교체했고,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공약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우리 정책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보다는 왜 문제를 고치지 못했느냐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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