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키자" 원전 늘리는 핀란드…에너지 자립국 발돋움

입력 2018-10-17 18:00  

기존 4기에 내년 1기 추가 가동
2020년 1기 더 건설할 계획

EU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국민 원전 지지율 60%



[ 김형규 기자 ]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원전 4기로 전체 전력의 25%를 공급한다. 수력·풍력(23%), 목재 및 재생에너지(13%), 석탄(7%) 등 다른 발전원에 비해 비중이 높다. 올킬루오토 3호기 원전이 내년 9월부터 상업운영을 시작하고 2020년 착공 예정인 한히키비 1호기까지 모두 가동하면 원전 비중은 45%까지 높아진다.

헬싱키에서 만난 핀란드국립기술연구소(VTT)의 에리카 홀트 연구원은 “핀란드는 안정적 전력 수급과 함께 환경 보호를 위해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력, 풍력, 바이오 등 재생 발전원은 전력 생산량 대비 많은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더 많은 숲을 파괴한다”고 했다.

핀란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석탄,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을 수입하는 에너지 빈국이다. 하지만 석탄, 석유 등을 이용한 발전량을 점차 줄이고 원전 가동을 확대하면서 에너지 자립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핀란드가 원전을 늘리는 배경에는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규모에서 40% 감축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석탄발전을 줄이기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확대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핀란드 에너지기업 포텀의 폴리나 워시오 부사장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EU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핀란드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h당 8.4유로로 EU 국가 중 두 번째로 싸다. 원전으로 전력 수요의 33%를 충당하는 스웨덴(8.1유로) 다음이다. 반면 원전이 없는 덴마크는 27.5유로로 가장 비싸다.

핀란드 국민들은 원전 지지도가 높다. 핀란드 에너지기업 페노보이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올킬루오토 3호기가 들어선 피헤요키 지역 주민 중 원전 건설에 찬성한 비율은 75%에 달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인 2012년 조사 시 찬성률(69%)보다 높게 나왔다. 리쿠 후투넨 핀란드 고용경제부 에너지실장은 “핀란드 국민의 60%가 원전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원전 지지의 밑바탕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원전 관련 정보를 웹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방사선원자력안전청(STUK)은 전 세계에서 원전 안전성 심의, 검사 기준이 제일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는 올킬루오토 3호기 인근에 세계 최초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고준위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을 짓기 위해 수력, 지질학자 등 전문가들이 20년간 전 국토를 조사했다. 또 건설 과정에서 안전성 검사를 수시로 하면서 20년이 더 걸렸다.

헬싱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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