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의 눈치보기 행정으로 LG화학이 추진하던 나주공장 증설 등 2000억원대 투자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나주시가 일부 주민 반발과 지방선거 표를 의식해 인허가 절차를 1년 넘게 미루는 사이 연구소 건립 등이 무산되면서 200여 명의 일자리도 함께 날아갔다.
18일 나주시와 LG화학 나주공장 등에 따르면 LG화학 측은 지난해 9월 대전에 있는 촉매공장에 연구소 기능을 더해 나주로 확장 이전하는 고부가 첨단소재 연구개발센터 건립 계획(700억원)을 비롯해 반도체 및 접착제용 제품 제조를 위한 창고형 공장 증설(1천억원),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가소제 공장 증설(600억원) 등의 계획을 담아 나주시에 신청서를 냈다.
연구 인력 등이 나주로 내려오는 등 200여명의 고용 창출과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지방세 납부와 관련 매출 증가 등 나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하지만 나주시는 여러 부서에 걸쳐 심사할 사안이 많은 복합민원이라며 통상 2∼3개월 걸리는 건축 인허가를 1년 가까이 미뤘다.
나주시는 미비 서류를 보완해달라는 행정절차 외에도 일부 주민 반발, 지방선거 일정 등으로 공장 증설 여부를 8개월이 지나도록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LG화학 측은 지난 5월 25일 공장 증설 계획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고부가첨단소재 연구개발센터는 충남 대산공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접착제 공장 증설도 보류됐고, 친환경 가소제 공장 증설 계획은 그대로 추진할 예정으로 지난 6월 3천140㎡ 규모의 공장 증축 허가 신청서를 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LG화학 측은 가소제 공장 증축도 다른 후보지를 물색하는 등 사실상 포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가 1년 가까이 허가를 미룬 것은 일부 주민의 반발을 의식한 전형적인 무소신 행정이라는 것이 지역 경제계의 분석이다.
지난 1월 나주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경관 심의 과정에서 일부 반대 주민들이 회의실에 난입해 심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LG화학 나주공장 관계자는 "고부가첨단소재 연구개발센터는 현재 충남 대산공장으로 입지가 확정됐다"며 "친환경 가소제 공장 증설은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현재 도시계획 지구지정과 토지개발행위 관련 절차가 정리되지 않아 인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며 "서류 보완 등 개발행위 관련 미비점이 보완되면 적극적으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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