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직원 차량 타고 다니며 "보안업 본질은 평판비즈니스"
출동·AS분리해 고객불만 90% 줄여..고객평가점수서 첫 에스원 역전
≪이 기사는 10월16일(03: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직원 한 명이 담당하는 고객의 수는 25% 늘어났는데 직원만족도는 오히려 8% 늘었습니다.”
국내 2위 보안업체 ADT캡스의 최진환 대표는 일감이 늘었는데 업무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고객만족도는 높아진 역설이 불과 4년 만에 기업가치가 1조원 오른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최 대표는 오는 10월1일 ADT캡스가 SK텔레콤을 새 주인으로 맞는 변화를 앞두고 30일 서울 삼성동 본사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와 현대라이프 대표를 거쳤다. 보안회사 및 사모펀드(PEF)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실적으로 ‘대박’을 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인수하기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에 지불한 금액은 2조9700억원. 칼라일이 2014년 인수한 가격이 2조650억원이었으니 4년 만에 9050억원의 기업가치 상승분을 인정받았다. 2015~2017년 ADT캡스의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24% 늘어 업계 1위 에스원의 성장률(매출 8%, 영업이익 17% 증가)을 압도했다. 3위 KT텔레캅은 매출이 5% 늘고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보안 경쟁사보다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직원을 늘리지 않고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서다. 그러고도 업무량은 오히려 줄었고 고객 만족도는 올라갔다. 경영성과는 투입 자본에 비례한다는 경영학 이론을 뒤엎는 사례지만 각종 지표가 지난 4년 간의 성과를 입증한다. 최 대표 재임기간 동안 고객 한명이 1년에 제기하는 불만의 건수는 0.2건으로 90% 줄었다. 전체 해약사유 가운데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의 비율이 30%에서 6~7%로 떨어졌다. 평판은 고객이 보안서비스에 가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최 대표는 “불만율을 크게 낮춘 것은 앞으로 5~10년간 ADT캡스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의 희생 위에 쌓아올린 고객만족도 향상이 아니었다. 직원만족도도 같이 올랐다. 저녁 6시20분 이전 퇴근율이 34%로 오른 결과 직원 만족도가 총 10% 가까이 올랐다. ADT캡스는 고객들로부터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받기 위해 외부 리서치업체에 위탁해 순장려점수(NPS)라는 이름의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에스원을 100점이라고 할 때 80점에 불과했던 ADT캡스의 NPS 는 지난 3년간 103점까지 올랐다.
최 대표는 PEF 대주주의 장점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멤버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때문에 회사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확률을 줄여준다“고 평가했다. 칼라일과 최 대표의 이인삼각이 빛을 발한 건 ADT캡스의 문제점을 찾아낼 때였다. 최 대표가 취임 후 처음 한 일은 출동서비스 차량을 타고 직원들과 함께 돌아다닌 것이었다. 보안직원들이 출동해서 처음 하는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였고 고객들의 첫마디는 “왜 이제 왔냐”였다. 최대표는 콜센터에 접수된 고객의 불만사항을 전부 뽑아봤다. ‘늦게 온다’ ‘전화해도 연락이 없다’ ‘기기고장이 잦다’ ‘와서 고쳤는데 다시 고장이다’는 출동지연에 대한 불만 일색이었다. 최대표는 “직원들과 일과를 함께 하면서 보안서비스업의 본질은 고객과 접점이 많은 평판비즈니스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주고객인 가게들은 상권에 밀집해 있고 가게주인들이 서로 사용하는 보안업체에 대한 평을 자주 주고받는 특성 때문에 고객불만은 곧바로 실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ADT캡스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객불만이 가장 서둘러 개선해야 할 과제라는 결론이 나왔다.
칼라일은 2014년 ADT캡스를 실사할 때부터 기기 오작동을 가장 큰 문제로 파악하고 있었다. 출동경보의 90%가 경보센서 등 기기 오작동으로 잘못 울린 것이었다. ‘바람만 불어도 출동경보가 울린다’고 할 정도였다. 불필요한 출동횟수가 많으니 출동시간이 오래 걸리고, 출동해서 도둑 잡는데 들이는 시간보다 기기수리(AS)에 품이 더 많이 들었다. ‘오작동→출동시간 지연·업무량 부담→고객·직원 만족도 하락’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기기 오작동은 전 대주주인 미국 타이코그룹으로부터 질이 떨어지는 장비를 비싼 값에 들여온 탓이 컸다. 칼라일은 애초에 품질이 더 좋은 장비를 더 싼값에 들여오는 쪽으로 인수협상을 이끌었다. 또 LG전자의 휴대전화 제조담당 임원을 상품개발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카메라와 지문인식기 같은 보안장치의 기본장비들은 휴대전화를 단순화한 제품들이다. 보안장비의 품질관리를 휴대전화 전문가에 맡기자 오작동이 크게 줄었다.
최 대표는 보다 구조적인 부분에서 해결책을 내놨다. 출동직원을 출동과 AS 직군으로 분리해 출동직원이 장비 수리하느라 출동시간을 늦추는 일이 없도록 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차량이동 관리, 폐쇄회로TV(CCTV) 자동점검 시스템, 모바일앱 기능 고도화 등에 투자해 업무를 시스템화하고 표준화했다. 오작동이 줄고 업무가 시스템화하자 출동시간이 35% 빨라졌다.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PEF는 투자에 인색하다’는 속설이 과장됐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칼라일이 운영한 4년 동안 투자비용은 타이코 시절보다 90% 늘었다. 최 대표는 “투자를 하지 않으면 훗날 그만큼 매각가격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필요한 투자를 해야 문제가 없다는 점을 PEF도 잘 알고 있다”며 “투자를 안한다기보다 훨씬 깐깐하게 투자한다는게 정확하다”고 말했다.국내 1위 이통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결합으로 ADT캡스는 4차산업 시대를 향한 날개를 날게 됐다. 최 대표는 “취임 당시 약 1700억원이었던 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EBITDA)을 4000억원으로 늘리고 매출은 1조원을 돌파하는게 목표”라며 “SKT의 보안계열사인 NSOK와 합병 등 여러가지 시너지를 감안하면 달성 시점을 1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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