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株 저평가 매력 부각…카카오 진출은 기존 증권사에 위협 요인

입력 2018-10-18 16:18  

증권업계 업황 분석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이달 들어 주가지수가 조정을 받으며 증권사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코스피지수가 8.4% 떨어지는 동안 KRX증권업지수는 16.5% 급락했다.

하지만 주가지수를 제외한 핵심 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8월 8조7000억원을 저점으로 지난달 10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9조8000억원(누적 기준) 수준에 머물러있으나 회전율이 138%로 지난 9월(122%) 대비 상승한 점은 긍정적이다. 추세적으로 거래대금 증가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 때문이다.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금액이 7월 1조7000억원을 저점으로 8월 2조8000억원, 10월 3조5000억원으로 반등 중인 점도 긍정적이다.

이 때문에 커버리지에 속한 증권사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0.75배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수치다. 일평균 거래대금 9조8000억원은 과거와 비교해 높은 편이고, 시장에서 주가지수의 추가 조정보다는 반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폭 과대 국면으로 판단된다.

최근 증권업계는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 이 같은 우려에 불을 댕겼다. 바로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92억원(2018년 상반기 기준) 규모 증권사다. 국내 52개 금융투자사업자 중 50위 수준이다.

보유 중인 업무 라이선스는 증권투자중개업, 집합투자증권 투자매매업(인수업 제외), 채무증권 투자매매업이다. 브로커리지에 집중된 비즈니스 구조다. 순영업수익은 수수료수익 90%, 트레이딩 손익 8%, 이자손익 2%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자본 출자를 통한 자사 증권사 설립보다는 라이선스와 업계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브로커리지 중심의 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카카오엔 궁극적으로 효율적인 전략이었다고 판단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사례를 살펴보면 핀테크 자회사인 알리페이가 자사에 충전된 고객 자산을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에 투자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챙겨간다. 이를 적용하면 카카오페이에 충전된 잔액에 대해 MMF 등의 단기 상품으로 투자를 유도해 수수료 수익을 취득하는 구조로 설계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여기에 기존 사업 연계, 계열사 제휴 시 잠재 고객군 확대, 추가 수익 다각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카카오의 자사 증권 앱인 카카오스탁과 연계해 증권계좌(CMA) 개설, 스탁론, 주식담보·신용대출 등의 리테일(소매) 서비스에 진출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는 카카오톡 4358만 명, 카카오페이 2300만 명, 카카오스탁 200만 명, 카카오뱅크 618만 명 등이다. 카카오톡의 모든 이용자가 카카오페이로 연계돼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국내 최다 고객을 보유한 증권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투자중개업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증권사들은 수년 전부터 무료 수수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위탁수수료율은 2014년 0.092%에서 지난 2분기 0.068%까지 하락했다. 위탁자산 증가도 녹록지 않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의 트레이딩 시스템에 익숙해지면서 투자자들이 특정 증권사만 이용하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가 신규 비대면 이용자에게 평생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점유율 순위 변동이 확인되지 않는 이유다.

자본 여력의 한계로 신용융자 및 투자은행(IB) 등의 증권사 고유 자본을 활용한 비즈니스 확대는 지속적인 자본 확충 없이는 어려워 보인다. 바로투자증권의 신용대출 한계(자기자본의 100%)는 492억원이다. 연간 7%의 이자율을 가정할 경우 최대 34억원의 이익이 창출된다. 현재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국내 온라인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은 각각 1조5000억원, 3897억원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불리하다. 경쟁사들과의 영업력 격차 극복 또한 시간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력한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한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 가속화는 중장기적으로 리테일 부문의 경쟁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출범한 카카오뱅크(인터넷은행)는 기존 은행권의 복잡한 상품 및 앱 구조에서 벗어나 단순화된 인터페이스(UI)를 기반으로 이용자 유인에 성공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페이 이용자는 618만 명, 대출자산은 6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런 전례를 볼 때 카카오페이가 경쟁력 있는 상품과 차별화된 인터페이스와 서비스를 기반으로 출범할 경우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지 못한 증권사 중심의 리테일 부문 고객 이탈 등의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대형사들의 손익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지난해 대형 증권사 기준(자기자본 4조원 이상) 금융상품 판매 손익 비중은 9%에 그친다. 또 카카오페이의 ‘1차 타깃’은 젊은 층인 데 비해 기존 증권사의 자산관리(WM) 고객은 주로 고령이라 확연히 다르다.

포화시장인 위탁매매,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IB, 트레이딩 등의 PI(자기자본투자) 업무의 중요도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자금 중개자’에서 ‘자금 공급자’로 금융투자업자의 영업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자기자본 투자를 기반으로 한 이익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중장기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형사 중심의 IB, 상품운용 등의 PI 부문 강화 노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heeyeon.lim@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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