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의 ‘유령 해외주식 초과 매도 사고’는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 국내에서 증권 예탁 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예탁결제원의 허술한 업무처리 방식도 한 몫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증권사 및 예탁원에 대한 검사결과’에 따르면 예탁원은 해외 주식시장의 권리변동 결과를 해외보관기관(씨티은행 홍콩법인)으로부터 전달받고도 이를 국내 증권사에는 즉시 전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외보관기관에서 받은 주식 권리변동 정보의 내용이 부정확함에도 이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 없이 증권사에 그대로 통지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유진투자증권 사태는 전적으로 개별증권사인 유진투자증권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예탁원의 해외예탁결제업무처리 방식에도 허점이 많았던 셈이다. 예탁원이 국내 증권 예탁 업무를 독점하며 받는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114억원에 이어 올해 9월 말까지 89억 7000만원에 이르는데도 회원사인 증권사에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됐다.
해외 주식시장에서 주식이 병합되거나 분할될 경우 바뀐 주식 수는 곧바로 국내 고객의 증권계좌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예탁원은 해외 주식 병합ㆍ분할에 따른 권리변동 정보를 모두 씨티은행 홍콩법인을 통해 받고, 이를 국내 증권사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프로그램 SAFE를 이용하는 증권사는 이를 다시 자사 전산시스템에 수기 입력하고, CCF(Computer to Computer Facilities)를 이용하는 증권사는 예탁원의 권리변동이 자동 반영된다. 유진증권 사태는 SAFE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수작업이 뒤늦게 이루어지면서 발생했다.
그 동안 예탁원과 증권사 모두 이러한 수작업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상당히 소극적이었다는 게 이번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이다. 예탁원은 오전3시30분부터 오후 4시 사이 바뀐 권리변동 정보는 30분 단위로 통지하는 반면 오후 4시 이후 들어온 권리 정보는 다음 영업일에야 일괄 통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증권사는 혹시라도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글로벌 통신사인 블룸버그에 유료로 가입하여 관련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부정확한 권리변동 내용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증권사에 전달하고, 전달하는 시기도 임의로 늦추는 것은 독점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탁원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예탁원에 해외시장에서 바뀐 권리변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증권사에 전달하고, 권리변동 내용 또한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제2의 유진사태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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