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드론 전쟁'…中은 세계 판매 1위, 美는 SW 뛰어나

입력 2018-10-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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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미래 바꾸는 드론


[ 노경목 기자 ]
올해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을 기억하는가. 밤하늘에 드론의 불빛이 점점이 수놓으며 올림픽 로고를 비롯해 비둘기와 스키 타는 사람, 스노보드 타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행사를 지켜본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는다.

세계인이 지켜본 미국의 드론 기술

행사에 사용된 드론의 숫자는 1218. 각각의 드론에는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드론의 이름은 ‘슈팅스타’. 배구공 정도 무게인 227g에 길이 30㎝ 크기로 20분가량 하늘을 날 수 있다. 흰색과 푸른색, 녹색, 붉은색 빛을 내는 LED(발광다이오드)를 탑재했다. 드론 자체의 성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우리가 공원에서 흔히 보는 드론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텔의 위치시스템과 통신반도체, 센서를 적용하면서 사상 최대의 드론쇼를 연출했다.

핵심은 조종사 한 명이 1200여 개의 드론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다. 인텔 엔지니어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SW는 특정 이미지를 하늘에 수놓을 때 각 드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결정한다. 20분이라는 배터리 가동 한계까지 감안해 개별 드론의 활동을 조종한다. 지난해 말 열린 슈퍼볼에서 미국 성조기를 표현한 드론은 평창의 강한 바람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변신했다. 프로펠러를 강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틀을 보강했고, 추위에도 배터리가 정상 작동하도록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손봤다. 인텔의 드론팀은 한국에 오기 전 평창의 환경과 비슷한 핀란드에서 시험해보기도 했다. 인텔은 슈팅스타에 사용한 기술을 바탕으로 수백 개의 드론이 한 번에 통신 기지국의 고장 여부를 검사하고 넓은 면적을 정찰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동계올림픽이었지만 세계인들이 지켜본 것은 미국의 드론 기술이었다.

中 DJI, 세계 드론시장 70% 장악

하지만 세계 드론시장을 장악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 드론업체 DJI는 세계 드론시장의 70%를 장악하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드론 판매만으로 지난해 매출 27억달러(약 3조원)를 올린 DJI 앞에 경쟁자들은 속수무책이다. 세계 2위인 프랑스 패럿은 지난해 전체 직원 840명 중 3분의 1이 넘는 290명을 감원했다. 세계 3위인 미국 3DR은 지난해부터 개인이 주로 사는 취미용 드론을 더 이상 제작하지 않고 있다.

DJI가 창업한 것은 2006년이다. 초기에는 비행 제어기 등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조그마한 제조업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드론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초기부터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DJI는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다른 중국 업체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지난해 기준 DJI의 매출에서 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를 웃돈다. 30%가 미국이고 20%가 유럽이다. 중국 비중은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과 유럽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기뿐 아니라 카메라, 소프트웨어도 DJI가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다. 특히 드론이 비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진동을 흡수해 흔들림을 잡아주는 짐벌(gimbal) 기술은 한국 업체보다 몇 년은 더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품 제조업체가 밀집한 선전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저가에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점도 DJI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국, 드론 육성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드론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발빠르게 완화한 것도 DJI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DJI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시는 일찌감치 2003년 ‘통용항공비행관제조례’를 제정했다. 이 법안으로 드론의 민간 활용을 폭넓게 허용하고, 시정부 차원의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도 2009년 드론 관련 지침을 마련해 드론 비행 신청계획, 사용 항공지역 등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는 등 드론산업이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세계의 하늘을 무대로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뒤떨어져 있다. 미국처럼 드론을 다양하게 움직일 수 있는 SW 기술력도 부족하고, 드론 자체의 성능과 가격에서는 중국에 맞서기 어렵다. 드론 사용에 대한 제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해 취미 외에 다른 수단으로 드론을 활용하기도 힘들다. 드론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연초부터 열린 올림픽에서 개막식 주인공 자리를 인텔이 차지했다”며 “지금이라도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선전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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