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조정 받았던 중국 증시가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면서 반등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와 강한 동조화 경향을 보여왔던 점에서 이례적이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에 막혀 중국 증시의 상승 호재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오전 11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37포인트(2.01%) 내린 2118.34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전날 중국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22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인 4.09% 급등했다. 중국 당국이 주말 개인 소득세에 대한 세액공제 항목을 대폭 확대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민영기업 발전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고조됐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연이은 경기 안정 및 주가 부양책이 최근 중국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게 만든 요인"이라며 "중국의 금융 감독기구인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보험업계의 대규모 자금이 A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수급이 늘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증시의 반등세에도 최근 미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간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다우·S&P500)는 하락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만 소폭 상승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도 향후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와 이탈리아 예산안,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피살 사건 등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지수가 떨어졌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금요일에 이어 전일까지 중국 증시가 큰 폭의 반등을 보이면서 한국 증시도 화장품, 면세점, 음식료 등 중국 소비와 연관된 업종이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면서 "단기적으론 이같은 흐름의 연장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당장 한국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란 기대를 갖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도 "미국 증시가 실적 시즌을 통해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부정적"이라며 "이와 더불어 여러 대외 변수가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외국인의 매도 가능성을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 등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이라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간 의미있는 합의가 없을 경우, 세계 경제는 큰 폭의 조정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증권업계는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 전회)와 다음달 5일 열리는 국제 수입 박람회에서 중국의 추가 부양책이 나올 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음달 17일과 30일에 진행될 예정인 APEC과 G20 전후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돼 무역전쟁이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지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가 관건"이라며 "미국 중간선거, 특검의 '대선 관련 의혹' 수사 결과 발표, G20 정상회의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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