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서울교통공사…"미래 안보인다"며 신입들은 집단 퇴사

입력 2018-10-23 17:29  

5000억 적자에도 무리한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1285명 정규직 전환
인건비 급증…재무상황 악화
자본잠식률 2년 연속 50% 넘어
10년내 완전자본잠식 빠질 수도

퇴직자 202명에 허위경력 발급
870억대 '사업 밀어주기' 의혹도

"앞으로 처우 개선 쉽지 않다"
작년 공채 합격 429명 중 30명
교육기간 중 입사 포기



[ 임도원/이해성/박진우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내고도 올초 비정규직을 무리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회사 재무 상황이 급속히 악화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인건비 부담이 매년 급증해 10년 안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를 것이란 게 회사 측 추산이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려는 회사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집단 퇴사하는 등 내부 동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부실해져도 공공기관인 만큼 결국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우겠지만, 임금 삭감 등 처우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만성 적자인데 인건비 부담 연 1조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23일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서울교통공사 재정상태 분석자료’를 보면 서울교통공사의 영업손실은 2015년 3454억원, 2016년 3306억원에서 2017년 522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6월까지만 2596억원에 달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부채는 2016년 4조3430억원에서 올해 6월 5조651억원으로,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54.3%에서 60.4%로 늘어났다.

경영 악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인건비 부담 증가다. 인건비는 2016년 1조1314억원에서 지난해 1조2911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에는 7월까지만 7494억원에 달했다. 영업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0.2%에서 올해 53%로 커졌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비정규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결과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대로라면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에는 부채비율이 412.2%에 이르고 2025년에는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금 삭감, 처우 악화 우려 확산

경영 악화에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기존 정규직 400명과 공채 탈락자 114명으로 구성된 원고인단은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에 낸 서면진술서에서 “인건비 부담은 공사의 몫이고, 공사가 적자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청구인(정규직)들에게 결과적으로 임금 삭감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인단은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회사 미래가 불안해지면서 올초에는 신입 직원들이 대거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 회사 신입 공채 합격자 429명 중 30명 안팎이 교육기간 중 입사를 포기했다. 과거에 없던 이례적인 일로 회사 내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입사를 포기하고 다른 공기업 공채에 합격한 직원은 “교통공사 신입 동기들 사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의 비리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 출신 건설 기술 퇴직자 202명이 지난해 허위로 작성한 경력증명서 발급을 요청해 서울시가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퇴직자는 허위 경력으로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사업비가 총 870억여원에 달하는 45건의 용역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기관 전방위로 드러나는 비리 의혹

정규직 전환을 진행한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비리 의혹이 추가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원진 의원이 이날 경상남도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채용비리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남무역 경남개발공사 등 12개 산하 공공기관에서 친인척 채용비리, 채용업무 부당 처리 등으로 40명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훈계나 경징계 등 가벼운 처벌에 그쳤고 경찰에 수사 의뢰된 건은 3건에 불과했다. 경남무역에서는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총무팀장 안모씨의 조카가 계약직 경리사원으로 채용돼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경남로봇랜드재단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별도 기준 없이 내부 인사위원회 의결만으로 업무를 처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임도원/이해성/박진우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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