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동연의 '금융위 패싱'

입력 2018-10-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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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 박신영 기자 ] “금융 현안을 잘 아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니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호출해서 놀랐습니다.”

25일 만난 한 은행의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김 부총리가 금융권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져서 하는 말이었다. 김 부총리는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열었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 지원방안’(일자리대책)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연내 15조원 규모로 중소·중견기업의 시설투자를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돼서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김 부총리가 왜 나서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 일색이다. 김 부총리가 경제분야를 총괄하고 있긴 하지만 산은과 기은, 신보가 주요 역할을 하는 만큼 이를 총괄하는 최 위원장이 책임지고 나서는 게 맞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이날 이례적으로 어떤 참고자료도 내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이전에도 금융업권 간담회를 연 적이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9월27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과 관련한 일선 은행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때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한 은행장은 “이미 최 위원장과 간담회를 했는데 굳이 부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4월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상황에서 한국GM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가 결렬되자, 콘퍼런스콜을 통해 긴급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콘퍼런스콜을 통해 나온 생산적인 결과는 없었다. 당시 기재부는 김 부총리가 워싱턴DC에서 국내에 있는 장관들에게 전화하고 있는 사진 보도자료를 애써 배포했다.

금융계에선 김 부총리가 도를 넘은 쇼맨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업계의 현안에 관심이 있었다면 금융위가 국회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통과에 지원사격이라도 해야 했다는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각 부처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경제부총리가 모른 체하다가 생색내는 자리엔 얼굴을 내미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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