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실적 추정, 공매도 불렀지만
실제 이익은 휠씬 높을 것 자신
쇼트커버링으로 주가 반등할 것"
[ 최만수 기자 ] “의도치 않게 대규모 외국인 공매도의 발단이 된 전일 리포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5일 이 같은 해명을 담은 이례적인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원은 전날 JYP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주일 만에 종전 100억원에서 86억원으로 내렸다. 엔터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그의 보고서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24일 JYP가 20.31% 떨어진 것을 비롯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15.09%)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13.23%)도 급락했다. 특히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급증했고, 증권가에는 이 연구원의 보고서가 공매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이 퍼졌다.
JYP의 공매도 물량은 23일 7만1859 주에서 24일 75만5004주로 하루 만에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상장 이후 최대였다. 와이지와 에스엠의 공매도도 크게 증가했다. 공매도가 갑자기 늘자 한국거래소는 이날 세 종목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보수적으로 (실적을) 추정하기 위한 노력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에 따른 공매도로 이어졌지만 실제 이익은 훨씬 높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쇼트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 매수) 효과에 따른 주가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 연구원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의 잘못이라기보다 애널리스트 한 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2년 전 JYP 주가가 5000원대에 머물던 때부터 이 회사를 주목해왔다. 엔터주 주가가 치솟자 다른 증권사들도 뒤늦게 애널리스트를 배치했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아직 이 연구원의 보고서를 가장 신뢰한다는 게 증권가의 정설이다.
한 연예기획사 기업설명(IR)팀 관계자는 “JYP와 에스엠처럼 유망주를 육성해 아이돌로 키우고 매니지먼트까지 담당하는 연예기획사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이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영향력이 다른 업종보다 크다”며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갑자기 실적 추정치를 하향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했다.
JYP는 25일 750원(2.42%) 하락한 3만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와이지는 2.56%, 에스엠은 1.14% 올랐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갚아서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얻지만 오르면 손해를 본다. 공매도가 급증하면 추종 매도가 잇따라 주가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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