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SKT…'뚝심의 가치株' 하락장서 버틴다

입력 2018-10-25 18:13  

바닥 뚫린 성장주
IT·바이오 이달만 20% 떨어져
이익증가세 둔화에 금리인상 겹쳐

선방하는 가치주
성장주보다 10월 낙폭 작아
동양생명·가스公 등 상승마감



[ 임근호 기자 ] 연일 급락장이 펼쳐지는 가운데 가치주가 선방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등 성장주가 이달 들어 20% 가까이 떨어진 것과 비교된다. 금리상승과 기업이익 증가세 둔화로 성장주의 매력이 줄고 있어 가치주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성장주 성과 앞서는 가치주

25일 코스피지수는 34.28포인트(1.63%) 내린 2063.30으로 마감했다. 장중 최대 3.04% 하락하는 등 또 한번 혼돈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가 7년여 만의 최대폭인 4.43% 내리는 등 미국 기술주가 폭락한 충격이 그대로 국내 증시를 덮쳤기 때문이다.

인터넷·소프트웨어 기업인 카카오(-5.04%) 더존비즈온(-6.64%) 카페24(-3.52%), 바이오 기업인 바이로메드(-6.32%) 코오롱티슈진(-4.40%)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모두 성장주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지금 손에 잡히는 가치보다 미래 성장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종목들이다.

반면 대표적 가치주인 한국전력은 이날 650원(2.37%) 오른 2만805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4.4%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1.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가치주로 분류되는 동양생명(4.45%), 한국가스공사(3.40%), 에쓰오일(2.76%), JB금융지주(2.02%), SK텔레콤(1.80%), KT&G(1.49%) 등도 상승 마감했다.

올해 내내 부진했던 가치주는 최근 급락장을 꿋꿋이 견뎌내며 성장주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하는 가치주지수 ‘WMI500 순수가치’는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7.0% 하락했지만, 성장주지수인 ‘WMI500 순수성장’은 낙폭이 15.6%에 달했다. 카카오(-20.8%)와 신라젠(-26.3%), 메디톡스(-28.6%) 등이 이달 들어 20% 넘게 급락한 영향이다.

◆성장주 둘러싼 환경 악화

증권가에선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투자 매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성장주를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 미래 가치가 더 많이 할인받게 돼 주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며 “금리가 올라도 이익이 계속 늘어나면 문제가 없는데, 미·중 무역분쟁이 기술주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줄 낌새가 나타나면서 성장주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성장주만 오르면서 소수의 성장주에 많은 투자자가 몰려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성장주 투매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치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이 높아야 1배 수준인 데다 안정적 실적 덕분에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을 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과 에쓰오일, 강원랜드, GS홈쇼핑은 가치주이면서도 고배당주로도 꼽힌다”며 “기관들도 최근 이들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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