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과 강달러 등 대외악재가 지속되면서 코스피의 하락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강한 경기부양책이나 미중 무역협상 재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기조 후퇴 등과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오후 2시3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2.26포인트(2.05%) 하락한 2021.04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2008.86(-2.64%)까지 떨어지며 2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3% 가까이 급락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지수가 1.63%, 나스닥은 2.95% 강세로 마감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또다시 급락하고 있다"며 "이젠 반등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함에 따라 미국 기업실적의 정점 논란이 확대됐다"며 "한국 증시의 투자심리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정부가 중국에 무역협상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 점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 협상 리스트를 요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그간 나온 대외 악재들이 상존한 상태에서 수급도 좋지 않으면서 시장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날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정상회담을 안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무역전쟁 관련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이미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섣불리 하단이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미 60개월 이동평균선인 2100선이 무너졌다"며 "외국인은 미중 무역전쟁이 4분기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에 미리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 수급도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하락리스크가 해결 조짐을 보여야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박 센터장은 "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수 있는 요건으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거나 강달러 진정(달러약세 전환), 미국 10년물 금리 안정화가 있다"며 "코스피가 추세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선 대외적으로 불안했던 요인이 해결되는 양상이 먼저 나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시장 급락의 주요 원인은 달러강세에 대한 공포로, 달러강세는 올 4분기를 고비로 진정될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가격이 많이 싸졌지만, 정부의 강한 경기부양책이나 미 중앙은행의 긴축기조 후퇴 등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락리스크가 큰 만큼 저가매수를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하 연구원은 "주가매출비율(PSR) 기준으로는 코스피가 이제 저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이 맞지만, 지금처럼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상승 리스크'보단 '하락 리스크'가 더 부각되기 쉬운 환경"이라며 "섣부른 '저가매수'는 지양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홍 팀장은 배당주에 대한 분할매수로 시장에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고은빛/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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