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을 20여 년간 하면서 나는 내 집을 다섯 번 지었다. 양평 무너미 마을에 처음 내려갔을 땐 중간에 집 짓는 업체가 부도나서 직영으로 마무리 공사를 하느라 엄청 고생했다.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집 짓는 과정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내가 사는 집을 다섯 번 지어보고 남이 살 집을 그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이 지어주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우리가 짓는 집은 과연 우리가 살던 집인가? 필자는 올해 환갑을 맞이한 ‘58년 개띠’생이다. 15년간 집 공부를 하고 20년 가까이 ‘집 장사’를 하고 있으면서도 계속되는 의문이 몇 가지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20년을 전통 한옥과 단독주택에서 살았기 때문에 재래식 단독주택 구조에 대한 기억이 분명한 나로서는 지금의 단독주택에 낯선 부분이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은 이 의문에서 열외다. 한 번이라도 전통 한옥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구조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단독주택을 건축하면서 가장 생경했던 것은 현관이다. 내가 살던 시골집은 전통 기와집으로 본채와 사랑채가 있었다. 사랑채 내부에는 곡간, 외양간이 들어와 있어 사랑방 옆이 외양간이었다. 본채와 사랑채 사이 마당을 건너 헛간이 있었고 정면에 대문이 있었다. 그 모든 공간은 마당으로 열려 있어 방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마당이었다. 본관에 현관은 없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집안 모든 공간이 열려 있었다.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대문이 안으로 열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철문으로 바뀐 시골집 대문은 여전히 안으로 열린다. 양옥으로 바뀐 대부분의 도시 단독주택도 대문이 안으로 열린다. 서울 북촌이나 전주 한옥마을, 하회, 양동마을을 가봐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현관문은 이와 반대다. 밖으로 열린다. 단지 개념으로 조성된 첫 아파트 단지였던 1960년대 서울 마포아파트는 33㎡ 규모로 한 뼘의 공간이 아쉬운 구조였다. 내부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려다 보니 현관문이 신발장과 부딪히지 않게 밖으로 열리는 구조가 적용됐고 그 후 모든 아파트의 표준이 됐다.
공간적인 이유에서 시작됐지만 현관문을 여는 방향이 반대로 바뀐 것은 우리 주거문화의 본질을 바꾸는 중요한 모멘텀이 됐다. 문을 여는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미는 방향이 결정된다. 예전 단독주택 대문은 손님을 먼저 배려하는 구조다. 반면에 아파트 현관문은 잠금장치를 푸는 것도 그렇고, 문을 여는 것도 안에서 밀어줘야 한다. 안쪽 주인에게 전권이 주어진다.
이런 형태가 현대식 단독주택에도 그대로 옮겨 왔다. 전통 한옥에는 없던 현관이 단독주택에 적용되다 보니 모든 단독주택이 아파트와 다름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아파트와 양옥은 공간 효율성이 우선이고 사람은 그다음인 구조라 할 수 있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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