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불철주야(不撤晝夜)

입력 2018-10-28 17:28  

유상옥 <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soyu@coreana.co.kr >


필자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월급쟁이로 30년을 보냈다. 평사원 시절엔 집에서 쉬는 것보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좋았다. 주중은 물론 주말까지 불철주야(不撤晝夜) 회사에서 열정적으로 근무하는 것이 당시 필자가 누리던 즐거움이었다. 휴식보다 일에 열중해 기업 발전에 힘써 성과를 올리고, 이를 원동력으로 55세에 회사를 창업해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으니 꽤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열정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에도 중요한 긍정적 효과를 준다.

회사 창업 후 사업이 자리 잡아가던 당시 시설 관리를 확인하고자 늦은 저녁에 천안의 회사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했다. 일이 끝난 공장엔 불이 꺼져 있었다. 그렇지만 연구소는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인데도 불이 켜져 있었다. 많은 직원들이 일하는 중이었다. 한 연구원에게 왜 이렇게 늦게까지 퇴근을 안 하고 일하느냐고 물었다. 그 연구원은 실험이 끝나지 않아 야근 중이라고 했다. 진행하는 과제를 끝마쳐야 퇴근할 수 있단다.

그 말을 들은 뒤 필자는 퇴근이 늦어지는 직원들을 위해 연구소 가까운 곳에 아파트를 마련하라고 연구소장에게 일렀다. 연구원들이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새 상품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원들을 위해 숙소도 마련해주고, 새로운 연구 장비 및 기계를 사들이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코리아나화장품은 올해 10월 기준 425건(국내 358건, 해외 67건)의 특허를 보유한 우량 상품 제조회사로 성장했다.

코리아나화장품의 3대 비전 중 하나는 ‘기술개발로 세계를 지향한다’이다. 연구를 통한 품질 향상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불철주야로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과 업무에 열정적인 사원들은 우리 회사의 커다란 자부심이고 자원이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며 업무에 충실한 사원들은 자신을 위해, 기업을 위해, 국가를 위해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원들의 열정적인 태도를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는 선진국으로 접어드는 현 사회에 발맞춘 제도라고 생각한다.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업무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업계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금액을 투자하며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여가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 업무에 집중하고 능률적으로 일해주길 직장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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