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의 국감 참관기] 국감장 바닥에 앉아 느낀 '온도차'

입력 2018-10-31 11:31   수정 2018-10-31 11:34


지난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가 한창인 회의장. 바닥에 앉은 기자들이 쉴 새 없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수습기자인 나는 의원들이 ‘버럭’할 때마다 쭈뼛하느라 선배들의 타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할 때도 그랬다. “네이버에서 뉴스 빼는 거 상상할 수 있어요? 뉴스 빼고도 네이버 정체성과 본질 지킬 수 있습니까? 뺄 수 없죠?” 네이버는 이날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네이버에서 뉴스를 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답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댓글 조작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받은 네이버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맹탕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느라 블랙아웃(대정전) 위험에 노출된 제주도의 전력 공급 실태가 국감을 통해 드러났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거듭했다. 국감에서 위증은 고발 대상이다.

물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장면도 있었다. 야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감 내내 비판의 화살이 쏟아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질타하는 데만 바빴다. 질타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관료들은 “검토하겠다”, “협의하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이번 국감은 753개 피감기관의 국정 현안을 놓고 2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 그만큼 시간을 알뜰하게 써야 했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건 국감장 바닥에 처음 앉았던 수습기자의 눈으로도 알 수 있었다.

매년 ‘맹탕 국감’이라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사실상 국감을 상시화하고 있다. 그만큼 더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진다. 이번 국감에 대해 민주당은 ‘90점’, 자유한국당은 ‘98점’이라고 자평했다. 매년 국감을 감시하고 있는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C학점’을 줬다. 평가의 온도차가 컸다. 다음번에 앉을 국감장 바닥은 이 온도 차가 더 작아졌으면 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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