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전망은 긍정적
[ 고재연 기자 ] 삼성전자는 현재의 반도체 업황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에서 벗어나 호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이 일시적으로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업황 우려와 관련해 “과거 정보기술(IT) 시장이 PC를 중심으로 변동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모바일과 서버 시장이 성장하면서 응용처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생태계’도 강해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IDC 업체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이는 다시 모바일·IT 기기 등 소비자용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을 늘리도록 하는 선순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장(전무)은 “서버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시장 변화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 서버용 D램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이유는 ‘심리적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 전무는 “2년간 지속한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공급사와 고객사 모두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최근의 가격 반전(고점 논란)에는 고객사의 심리적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버용 D램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하반기와 내년 1분기까지는 실적이 주춤하겠지만 2분기부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부터 인텔 등 반도체 업체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플랫폼을 발표하면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 전무는 “AI와 5G 등으로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견고하다”며 “IT 사업 트렌드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메모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D램 시장과 관련해서는 “내년 하반기에는 서버·모바일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가 지속되고, 수요 증가세가 공급 증가세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투자 전망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그는 “올해는 평택 생산라인 상층이 기존의 계획대로 증설되고 있다”며 “그 이후엔 어느 시점에 얼마나 증설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종합적 라인 운영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평택 시설 증설보다는 16라인의 낸드를 D램으로 전환하는 방향 등을 지속해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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