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수현 "'어벤져스'보다 더 하고 싶었던 '신비한 동물사전2'"

입력 2018-11-02 14:11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내기니 역 수현




"'해리포터'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원서를 사서 읽었어요. 제가 내기니라니, 깜짝 놀랐죠."

자칭 '덕후'에서 스핀오프 영화의 출연 배우가 됐다. 그야말로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것. 배우 수현에게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비한 동물사전2')의 출연이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수현은 한국보다 할리우드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다. 2015년 세계적인 흥행작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발탁돼 화제가 된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르코폴로'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하며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마니아 층이 탄탄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버전인 '신비한 동물사전2'에 동양인 최초로 캐스팅되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영화 티저이미지가 공개되기 전까지 철저하게 수현이 연기한 내기니 캐릭터는 비밀에 부쳐졌다. 극에서 강렬한 반전을 담당하는 만큼 보안을 유지했던 것.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내기니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볼드모트의 호크룩스였다는 점에서 "동양인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 반영됐다"는 반응이 나왔고, 작품의 세계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졌다. 결국 원작자인 J.K.롤링이 직접 SNS에 내기니의 기원을 설명하며 해명했을 정도.

수현 역시 인터뷰에서 개봉 전 불거진 논란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일단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번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외국에서 일하는 아시아 배우로 책임감을 느끼고, 나름 역할을 접할 때 고민을 하고 선택한다고 생각했거든요. J.K.롤링 작가의 글에는 소외된 자들에 대한 관심이 계속 있어 왔어요. 내기니 이야기도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의 이야기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신비한 동물사전2'에서 내기니는 반은 사람 반은 인간이라는 설정이다. 스포일러를 우려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했지만, 수현은 "정말 재밌고, '반전의 여왕'인 캐릭터"라면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캐릭터였던 만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미 '어벤져스'를 통해 특수 촬영을 경험했지만, 수현은 "좀 더 용기가 필요했다"며 "뻔뻔하게 연기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데이빗 예이츠 감독님이 '2%정도 뱀을 더 표현해봐'라는 디렉션을 주실땐 당황했다"며 "그래도 재밌는 작업이었다. 내 본능에 의존해서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의미를 전했다.

하지만 수현이 내기니라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알고 오디션에 응했던 건 아니었다. 한 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대사를 전달받고, 보안 유지를 위해 아무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비디오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후 화상 오디션과 영국 런던 현지 오디션을 거쳐 출연이 결정됐을 때, 비로소 '내기니' 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워낙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했어요. '어벤져스' 오디션을 볼 때도 마음을 비웠는데, 이번엔 그게 안되더라고요. 정말 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기다림의 과정이 힘든 시간이었죠. 그런데 막상 '합격이야. 우리랑 같이하자' 이 말보다 '네 역할은 내기니야' 이 말에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원작을 읽었던 터라 '이 캐릭터는 과연 뭘까' 싶었죠."

오디션 내내 내기니의 존재가 비밀이었던 것처럼, 대본 리딩, 촬영 현장, 그리고 작품 소개에서도 내기니는 가장 늦게 소개됐다. 수현은 "'어벤져스'를 하면서 비밀 유지를 하는 건 잘 훈련이 됐다"고 웃으면서 "저 역시 제 역할이 알려지면 안될 것 같아서 배우들과 인사할 때도 캐릭터 이름대신 제 코드네임 '나탈리'라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수현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아시아 배우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전했다. 최근 할리우드를 강타했던 영화 '크레이지 오브 리치 아시아'의 흥행, '마르코 폴로'의 인기에 대해 "아시아 배우들 각각 책임감을 갖고 더욱 뭉쳐야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아시안 역할인줄 알았는데 백인이 섭외되고, 한 작품당 아시아인은 1명이고, 이런 보이지 않는 규칙에 대해 다른 아시아계 배우들과 얘기를 많이 해요. 특히 저는 아시아 배우 중에서도 영어권 출신이 아닌 아시아에서 온 배우니까요. 처음엔 오해도 있고, 외로운 순간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된 것 같아요. 자기색이 다양하고 분명한 외국배우들을 보면서 자극받고, 활동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그렇지만 "수현은 할리우드에서만 활동한다"는 시선엔 우려를 표혔다.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 거주하며, 촬영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차도녀 역할만 제안 받았어요. 다른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갖기 싫어서 외국 활동을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왔고요. 제가 외국에 산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요. 한국에서도 색다른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면 정말 하고 싶을 것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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