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1일(현지시간) “중국의 경제적 스파이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포섭돼 중국으로 기술을 유출하는 연구원이나 방위산업 종사를 색출하겠다고 했다. 중국 D램 제조사 푸젠진화를 기술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뒤 트위터에 “길고 좋은 대화를 했다”고 쓴지 3시간여만이다.
미 법무부는 이날 푸젠진화와 대만 UMC, 이들 기업 관계자 3명을 미국 유일의 D램 제조사 마이크론의 기술을 훔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두 회사는 20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의 벌금을 받게되며 기업 관계자들도 최대 14년의 징역에 500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들이 마이크론 기술을 이용해 만든 제품의 미국 수출도 금지된다.
법무부는 ‘중국의 경제적 스파이 행위 대처 방안’도 발표했다. 중국의 무역기밀 절도에 적극 대처하고, 중국 공작원에 포섭돼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연구원이나 방위산업 종사자를 파악하는 전략을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날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스파이 행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미국)는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젠진화의 ‘기술 절도’에 대해서도 “아주 뻔뻔한 계략”이라며 “중국은 국제 무대에서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지. 사기·절도·폭력적인 책략을 토대로 한 부패 경제를 운용하는 부정직한 체제로 인식될지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지난달 29일 푸젠진화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한지 사흘만에 이뤄졌다. 푸젠진화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부펀드 등을 동원해 2016년에 만든 회사다. 내년부터 D램 양산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체제’의 D램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상무부 조치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D램 생산을 위해선 반도체 장비가 필수적이고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의 50% 이상을 미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데, 상무부 조치로 미국산 장비 수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네덜란드 등 다른 선진국 반도체 장비업체도 미국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아 상무부 조치에 대해 ‘중국 반도체 굴기에 비수를 꽂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법무부까지 가세에 반도체 굴기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이날 중국의 산업스파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중국 공격’에 가세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국장은 성명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우리(미국)의 발상, 혁신, 경제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10분쯤 트위터에 “방금 시진핑 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매우 길고 좋은 대화를 가졌다”고 썼다. 특히 “무역에 중점을 두고 많은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좋은 논의를 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3시간여뒤 세션스 장관은 법무부 기자회견장에서 푸젠진화 기소 사실과 중국의 경제적 스파이 활동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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