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중고차를 사기 위해 여러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를 뒤졌지만 쉽사리 구매 결정을 하지 못했다. 허위 매물이 많았던 데다 차량관리 이력도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A씨는 언론 기사를 통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에서 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용차가 매물로 내놨다는 소식을 접했다. 최저 입찰가 500만원이 제시된 관용차를 650만원에 낙찰받은 A씨는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온 차량을 시세보다 1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공적자산관리 전문기관인 캠코가 운영·관리하는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2년부터 캠코가 운영하고 있는 온비드는 △세금 체납 등으로 인한 압류 재산 △행정목적에 사용되지 않고 있는 국·공유 재산 △공공기관이 자체 매각하는 부동산·자동차·기계장비 등의 자산을 온라인상에서 민간에 판매한다. 운영 초기만 해도 온비드는 전문 투자자들의 영역으로 간주됐지만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일반 투자자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대안 투자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일 캠코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 온비드 누적 낙찰 금액은 68조4000억원에 달했다. 2013년 말 25조7000억원이었던 낙찰 금액이 5년여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말에는 7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입찰건수는 144만6000건이며 이 중 36만6000건이 낙찰됐다. 온비드를 통해 동산 및 부동산을 매각하는 공공기관은 1만7445곳, 공매에 참여하는 개인·법인 회원 수도 35만1633명에 달한다.
일반 투자자들까지 온비드에 몰리는 이유는 토지, 아파트, 상가, 호텔 등 부동산부터 자동차, 고가의 오토바이, 명품시계, 귀금속 등 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캠코에 따르면 압류 재산은 유찰될 때마다 매주 10%씩 최저 입찰가가 내려간다. 유찰이 반복되면 최초 최저 입찰가 대비 25%까지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더욱이 온비드에 나온 모든 부동산은 낙찰을 받더라도 부동산중개수수료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중고차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캠코 관계자의 설명이다. 캠코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중고차 거래건수는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캠코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내놓은 관용차는 중고차 매매의 최대 리스크인 허위 매물이 없는데다 관리 상태도 매우 양호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롤렉스 등 명품시계도 온비드에서 거래된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압수한 물건으로, 감정평가서가 첨부돼 있어 모조품 걱정을 덜 수 있다. 지난 2월에 개최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에서 사용했던 자동차 및 각종 스포츠 용품과 생활가전 등 각종 물품(사진)들도 최근 온비드를 통해 매물로 나오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캠코는 2013년 4월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 검색과 입찰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스마트 온비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온비드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된다. 정확한 매물 이름을 모르더라도 ‘물건 검색’을 선택한 뒤 ‘용도’를 지정하면 공매 중인 재산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고차를 구입하려고 한다면 ‘용도’란 자동차 카테고리 중 자동차 승용차·SUV·승합차 등 종류만 지정하면 차를 검색할 수 있다. 입찰 과정은 대부분 가장 높은 가격을 제출한 사람이 낙찰을 받는 최고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2014년 온비드 서비스 도입 이래 10조5500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각금액을 기록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도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압류재산 입찰에 참여하려면 최저 매각예정가격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또 낙찰받은 동산 물품의 이전 책임은 매수자에게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살고 있는 투자자가 부산시에서 매물로 내놓은 관용차를 낙찰받았다면 직접 부산에 가서 차를 가져와야 한다. 부동산 명도 책임도 매수자에게 있는 만큼 임대차 현황 등 권리 관계 분석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 캠코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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